심리 지식 126

로샤 검사에서 (H)의 의미

로샤 검사에서 인간 반응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H - 전체 인간 Hd - 부분 인간 (H) - 가상의 또는 현실적이지 않은 인간 (Hd) - 가상의 또는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 인간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다"고 하면, H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상체"라고 하면, Hd "천사 둘이 마주 보고 있다."고 하면, (H) "천사 둘이 마주보고 있는데, 상체만 보인다."라고 하면 (Hd) 가 됩니다. 사실, H/Hd/(H)/(Hd) 를 구분해서 코딩하는 건, 결정인이나 다른 내용들을 코딩하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쉽습니다. 다만, 조금 헛갈린다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뽀로로' 또는 '둘리' 같은 동물 캐릭터가 (H) 와 (A) 중 어떤 게 더 합당할까 정도이고, 예수님이 H인지, (H)인..

아이의 손톱 깨무는 버릇(nail biting) 고치기

이제 30개월인 여아가 있습니다. 손톱을 깨물기 시작한 게, 한 8개월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 같네요. 처음에는 그냥 잘근잘근 씹는 정도였는데, 차츰 깨물어서 손톱을 뜯어 먹고, 나중에는 발톱까지 뜯어먹게 됐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점점 심해지기까지 두세 달 정도 걸린 거 같네요. 처음에는, 두돌 전후의 어린 아이니까, 이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해지는 걸 보니까, 어떻게든 개입을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위 어른 중에, 본인도 이맘때쯤부터 손발톱을 다 깨물어 먹어서 -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손발톱을 깎아본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이 말을 듣고, 정녕 아찔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 개입을 시작할 때는, 아이가 손톱을 깨물 때마다 ..

독립 과 의존

독립과 의존은 흔히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아마도 동일 차원의 양 극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 같습니다. 하지만, 독립과 의존은 서로 차원이 다른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독립성과 의존성이 모두 높을 수 있고 반대로 독립성과 의존성 모두 낮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려본다면, 이렇게 그려볼 수도 있겠네요. '독립심'과 '의존성'은 사실, 심리적인 발달 면에서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둘 다 적절히 잘 발달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그러니까 독립심과 의존성 모두 잘 발달한 - 잘 갖춰진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대체로 제대로 의존해본 사람이, 독립도 제대로 합니다. 완전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이를 편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홀로서기도 편하게 할 수 ..

수검자 맞춤 심리평가 보고서를 쓰려면

심리평가 보고서를 이제 막 써보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선배가 작성한 심리평가 보고서를 보고 거의 비슷하게 배껴쓰거나 기존에 다른 수검자의 보고서에 썼던 문장을 복-붙 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요. "이 내용은, 이 사람한테 써도 되고 저 사람 한테 써도 다 맞는 말... 아닌가?" "수검자에게 딱 맞는, 맟춤 보고서를 쓰고 싶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면, "수검자 맞춤 보고서"를 쓰기 위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갖춘 겁니다. 다만, 어떻게 써야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같은 - 누구에게나 해당될 법한 내용이 아니라, 딱 그 한 사람을 위한 수검자 맞춤 보고서를 쓸 수 있는지 막막할 순 있겠죠. 늘 쓰던 방식대로, 루틴하게 보고서를 쓰..

내담자의 자살 위험은 알려져야 한다.

상담을 할 때, 기본적으로 상담 내용에 대해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한 이야기를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수퍼비젼 같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요. 하지만, 내담자에게서 '자살'을 비롯해서 자해, 타해, 타살과 관련된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이 비밀유지 원칙은 지켜줄 수 없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자살 위험 징후'에 대해서 반드시 보호자를 비롯, 관련 치료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내담자가 혼자 있을 때 '자살'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당연한 것이긴 하겠지요. 상담자 윤리에 대해서 배울 때,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때로 내담자가 '자살' 위험에 대해 상담시간에 이야기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더 이상 상담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동 공격 VS 수동 공격성 성격

상대방을 은근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공격하는 경우, 수동 공격이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가령, 아침에 자신을 지적한 상사에게 더 맛없게 타진 커피를 준다든가 엄마가 서두르라고 채촉하면 더 꾸물거린다든가 하는 식이죠.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 상대방을 공격하긴 하지만, 그 방법이 은근해서 때로는 티나지 않게 상대방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은 그래도 할 도리는 했다는 변명은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 보다는 여려 가지 면에서 안전하고, 더 세련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수동 공격은 상당히 효과적인 대처가 될 수 있습니다. 분풀이도 하고 면피도 하고. 아마도 가벼운 수준의 수동공격은 누구라도 할겁니다. 그런데, 이런 수동-공격과 '수동-공격성 성격'은 다..

부모 상담이 어려운 초보상담자를 위한 격려

이제 막 상담을 시작하는 또는 상담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상담가라면 아동과 청소년의 보호자와 상담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예전 제 경험을 정리한 내용인데, 혹시라도 부모상담이 어려운 초보상담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처음 놀이치료를 시작했을 때 아동의 어머니가 참 맘에 안 들었습니다. 속으로 '아유, 그러니 애가 저렇게 됐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죠. 그래서 어쩔 땐 이야기를 들어보려고도 했다가 답답한 마음에 해석도 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혼내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파란만장 했습니다. 이런 저런 수를 써도 변함없이 꼿꼿한 그 어머니가 참 미웠습니다. 근데, 이런 마음 상태는 협력자로서의 마음 상태가 아닙니다.상담자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어머니는 협조적이기 어렵..

내담자 또는 수검자의 '질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상담을 할 때, 또는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내담자 또는 수검자가 '질문'을 해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담자 또는 수검자가 질문하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요? 상담장면에서와 심리검사 상황에서 '질문'에 대한 반응은 각각 다릅니다. 우선상담할 때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답을 말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내담자가 '선생님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물어본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되세요?'라고 되묻는 식이죠. 또는, '내가 잘 한 걸까요?' 라고 내담자가 묻는다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을 돌려줍니다. 내담자가 상담에서 질문을 할 때는, 대체로 그에게 중요한 주제인 동시에, 본인이 생각하는 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의 질문한 물음..

[아동 청소년 상담] 아동 청소년 내담자가 환경에 치일 때

아동 청소년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 내담자가 가진 내적 자질과 성장욕구는 건전하고, 상담에 대한 반응성이 좋은데 반해서주변 환경이 열악해서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정환경이 불우해 교육적 지원이 빈약하고 보호자의 불건전한 보호로 인해 평소 품행이 불량하고 또래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아이가,놀이치료를 진행하면서 상호작용의 질이 좋아지고 품행문제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부가적으로 본래 영리했던 인지능력도 상승되는 걸 보면 무척 뿌듯했는데,불량 보호자의 불량한 양육이 기승을 부리자, 아이가 상담시간에 늦거나 빠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문제행동들이 원상복귀 돼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를 망치는 것 같은 보호자에 대한 원망과 아이에 대한 안..

‘나 잡아 봐라~’와 쫀득한 관계

‘나 잡아 봐라~’ 놀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다가, 결국은 잡혀서 둘 모두 깔깔대고 웃는. 참 시시하고 뻔한 놀이입니다. 그런데 연인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게 되는, 해보고 싶은 놀이지요. 연애 경험이 없다면, 꼭 해보고 싶은 놀이이기도 하고요. ‘나 잡아 봐라~’에서 핵심은, ‘잡힐 듯 말듯 하다가 결국은 잡히는 것’입니다. 앞서가는 사람과 뒤쫓는 사람이 적당히 달리는 속도를 조절해서 둘 간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가는 그 쫀쫀한 긴장감이 재밌고,결국은 잡혀서 둘이 껴안고 깔깔거리게 되지요. 근데, 여기서 만약,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전력질주를 하게 되면잡혀도 안 잡혀도 낭패입니다. 앞서는 사람이 전력질주를 하다 잡히면 (진 것 같은 기분에) 찝찝하고 안 잡히면 서운하겠죠.뒤쫓는 사람이 전력질주를 하다 ..

[임상] DSM-5의 변경사항 (3) 기분장애

DSM-IV에서 기분장애(Mood Disorders)는(1) 기분삽화(2) 우울장애(3) 양극성장애(4) 기타 기분장애(5) 가장 최근의 기분삽화를 기술하는 세부진단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DSM-5에서는 Bipolar and related disorders, Depressive Disorders 로 분리되어, 기분장애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게 된 걸로 보입니다. (1) 기분삽화에서 혼재성 삽화(mixed episode)는 삭제됐고, *대신 Mania와 MDD 증상이 동시에 공존하는 경우는 “manic episode with mixed feature”로 진단한다고 합니다. Bipolar and related disorders에서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차원적인 접근이 시도되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심리 지식/DSM-5 2013.10.23

심리검사를 마친 수검자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

보통 종합심리검사는 2시간 ~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빠르면 2시간 이내에도 마치지만, 오래 걸리면 3시간 이상도 걸리고, 더 오래 걸리면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심리평가자는, 심리검사가 업이니 검사 과정에 잘 훈련돼 있어서 이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나 수험생, 사무직 직장인들에게도 2~3시간 정도 한 자리에 앉아서 꼬박 집중하며 검사를 수행하는 게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닐 겁니다. 동기가 높은 분들은 2~3시간, 자신에 대해 알아본다는 생각에, 신나게 끝까지 검사에 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동기가 낮은 아동 청소년 수검자는 검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칭얼대거나 생떼를 쓰기도 하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심하면, 하루 안..

[임상: 심리평가 보고서] ‘지각 및 사고’ 영역을 기술하는 요령

며칠 전 walden3에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지각 & 사고’ 영역은 어떻게 기술하는가” 는 제목의 내용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써 봅니다. 월덴지기 님 말씀처럼, 보고서 형식을 유지하려고 애쓰다가, 사고나 지각 부분에 딱히 큰 문제가 없어서 별로 쓸 말도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로샤의 구조요약 지표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아마 수련 초기에 이렇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이 부분을 안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요.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이렇게 보고서를 작성할 때 전체적인 보고서 흐름이 더 매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또는, 수검자 특징에 맞춰 보고서를 재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월덴지기 ..

[임상] DSM-5의 변경사항 (2) 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에 흔히 처음으로 진단되는 장애의 변경 내용

DSM-IV에서 [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에 흔히 처음으로 진단되는 장애]는 DSM-5에서는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바뀐 명칭에서 좀 더 신경학적이면서 발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 했던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 진단 범주는 변경된 내용이 많은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임상심리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현장에서 아동, 청소년기의 수검자나 내담자를 만나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기 때문에, 이번 변화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겠지요. [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에 흔히 처음으로 진단되는 장애] 변화를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DSM-IVDisorders Usually First Diagnosed In Infancy, Childhood, or AdolescenceDSM..

심리 지식/DSM-5 2013.06.24

[임상] DSM-5의 변경사항 (1) DSM-5의 굵직한 변화 세 가지

2013 한국정신병리 - 진단분류학회 춘계 연수강좌 "Updates of DSM-5"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임상심리학회 추계 학회도, 올해 봄 광주 학회 때도 안 갔는데,있는지도 몰랐던 ‘한국정신병리 - 진단분류학회’에 다녀오게 됐네요. 아무래도 주제가 “Updates of DSM-5”이다 보니, 임상심리쪽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긴 하지요. 그리고 ‘한국정신병리 - 진단분류학회’니까, 정신의학 분야의 ‘교과서’ 진단체계인 DSM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전격 등록하고 강좌를 들으러 갔습니다. 거의 오후 1시 25분 쯤 시작해서, 중간에 쉬는 시간 30분 정도 있었던 거 빼고는 6시 쯤 끝났으니까, 4시간 넘게, 거의 5시간 가까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심리 지식/DSM-5 201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