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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를 마친 수검자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3. 9. 9. 14:53

보통 종합심리검사는 2시간 ~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빠르면 2시간 이내에도 마치지만, 오래 걸리면 3시간 이상도 걸리고, 더 오래 걸리면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심리평가자는, 심리검사가 업이니 검사 과정에 잘 훈련돼 있어서 이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나 수험생, 사무직 직장인들에게도 2~3시간 정도 한 자리에 앉아서 꼬박 집중하며 검사를 수행하는 게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닐 겁니다.


동기가 높은 분들은 2~3시간, 자신에 대해 알아본다는 생각에, 신나게 끝까지 검사에 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동기가 낮은 아동 청소년 수검자는 검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칭얼대거나 생떼를 쓰기도 하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심하면, 하루 안에 검사를 마치지 못해서 두 세 번에 나눠서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검사를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잠깐 쉬어도 되냐, 커피를 마시고 와도 되냐, 담배 피우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하시죠.


그리고 많은 수검자는 검사를 마칠즈음 지쳐하거나 피곤해 기색이 비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수검자에게 검사는 고되고 낯선 경험입니다.


그러니, 검사를 마친 수검자를 보면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실제로 많은 수검자는 검사를 마친 후에, '고되다', '힘들다', '어렵다', '드디어 끝났다!" 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에 대해 평가자는 '그러시겠다. 많이들 힘들다고들 하신다.', '힘들어 보이시더라' 정도의 반응은 보여줄 수 있고, 이건 수검자의 상태나 기분을 잘 헤아려주는 반응일 겁니다.




그런데, 검사 수행이 고되고 수고스러운 건 맞지만, 검사는 어쨌거나 수검자를 위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검사 시간에 대한 감상은 수검자 고유의 경험입니다.


수검자는 겉으로 표현하진 않더라도, 힘들고 고된 와중에 내심 재밌고 흥미로웠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는 후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그런 와중에, 평가자가 심리검사를 마치면서 '수고하셨습니다.' 또는 '고생하셨습니다.'는 인사로, 굳이 검사 수행 과정을  '수고', '고생'이라고  언어화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검자는 심리검사 경험에 대해 다양한 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수고', '고생'을 더 분명하게 인식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죠.




내적 경험을 언어화 하는 건, 마음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자 과정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내적 경험을 민감하게 알아챌 뿐만 아니라, 이를 정리해서 말로 나타내는 것 자체가 능력이고, 훈련해야 될 기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내적 경험과 생각 중에서, '무엇을 언어화 할 것인가'를 선택한는 것이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니, 심리검사에 대한 수검자의 경험을 '고생'이나 '수고'로 정리해줄 것인지 한 번 생각해봄직 하지 않나 싶습니다.




덧.

사실, 검사를 마치면서 '수고하셨습니다.'나 '고생하셨습니다.'를 빼면, 뭐라고 마무리를 한단 말인가.. 하고 막막할 수 있긴 합니다. ㅎㅎ


혹시, 좋은 마무리 인사가 있다면, 같이 생각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