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부모 상담이 어려운 초보상담자를 위한 격려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4. 12. 13. 01:28

이제 막 상담을 시작하는 또는 상담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상담가라면 아동과 청소년의 보호자와 상담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예전 제 경험을 정리한 내용인데, 혹시라도 부모상담이 어려운 초보상담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처음 놀이치료를 시작했을 때 아동의 어머니가 참 맘에 안 들었습니다. 속으로 '아유, 그러니 애가 저렇게 됐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죠. 그래서 어쩔 땐 이야기를 들어보려고도 했다가 답답한 마음에 해석도 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혼내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파란만장 했습니다. 이런 저런 수를 써도 변함없이 꼿꼿한 그 어머니가 참 미웠습니다.


근데, 이런 마음 상태는 협력자로서의 마음 상태가 아닙니다.

상담자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어머니는 협조적이기 어렵죠. 혼나러 올텐데 기꺼울 엄마는 없으니까요.


이 어머니 덕분에 이렇게 오기 싫고, 와도 썩 좋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아니면서도 부모 상담에 꾸역꾸역 오려면 인내심이 많이 들고

딸을 생각하고 애쓰는 마음과 노력은 진심이며, 아이와 함께 상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보호자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까, 어머니가 참 감사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나와 아이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도 딴에는 열심히 노력하고 계셨다는 생각에, 그간 어머니를 답답하고 밉게 여기던 게 참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어머니의 그 마음이 좀 짠했다랄까..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를 좀 더 반길 수 있게 됐고, ‘어렵게 시간 내서 오셨다’, ‘또 뵙게 되니 반갑다’고 사소한 공을 치하하고 반겨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런 사소한 인사말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인사말을 건넬 수 있게 됐을 때 저도 상담 시간이 편해졌었죠. 더불어서 어머니의 관계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확실히 어머니가 (여전히) 답답하긴 해도 같은 목표를 향하는 동지라는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나도 애쓰고, 어머니도 그렇게 함께 하시려면 상담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상담자로서의 부담이 줄기도 했습니다. 나 혼자 아동과 어머니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머니가 함께하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도 들어서.

문제 아동의 문제부모는 상담자를 물거나 해치지 않아요.


때로는 진짜 심리치료 또는 법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모가 있긴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아이와 함께 상담자를 방문하는 보호자는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고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좋은 부모교육 + 부모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부모 중에도 성격문제, 정서문제 심한 부모가 있습니다. 이 분들은 부모상담을 위해 만나는 게 아니라도 상대하기 어려워요.

이런 분들은... case by case 로 섬세하게 접근해야겠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더 짚자면


상담소를 방문하는 부모님은 나름대로 애를 쓰지만 본인이 부모에게 배운 게 별로 없거나 잘 못 배워서 본인도 모르게 잘못된, 부족한 훈육 양육을 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칭찬에 미숙한 부모에겐 상담자가, 그 부모의 사소한 장점을 잘 발견해서 자연스럽게 칭찬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반복하는 게 백날 '아이를 칭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상담자 자신이 부모 교육시간에 전달해야 될 내용에 미숙하다면, 스스로 연습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