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감성 48

떠날 마음을 굳히고 나니

내가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게, 2020년부터였던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물가물하다. 3년 정도 된 거 같은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공유오피스 방 하나에 자리잡고, 마음에 들어 했다가 대단히 만족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방을 바꾸겠다고 난리를 치고 그러다 다시 마음잡고-이건 재작년 겨울 그러다 또 옮기네 마네 하다가-이건 작년 겨울 여기가 제일이지 하면서 마음 다잡고-이건 올해 봄 아, 안 되겠다. 옮기자 - 이건 올해 늦여름 결국, 내년 3월로 이사가 확정됐다. - 이건 올해 9월. 그리고 날짜가 올해 12월로 앞당겨졌다. - 이건 어제. 이사가 확정되자마자, 신규 상담을 모두 막았다. 기존 상담은 어떻게든 성수동에서 마무리 짓고 가려고. 12월로 이사 시기가 당겨지면서, ..

여러분~ 제가 유투브에 나와요~ 이히히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 라고 어릴 때 노래를 했는데. 후훗. 꿈을 이뤘다고 해야 하나? 올해 5월에 녹화를 했고, 8월 말이나 9월쯤 방송이 나올 거라고 했었다. 막상 보니까 엄청... 신기하네. 이 나이에도. 남이 찍어주는 촬영분에, 편집도 깔끔하게 해주시니 신기하다. 재밌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뭔가 좀 창피한 기분도 들고 우쭐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다. 진행을 해주신 두 분이 워낙 베터랑이고 진행을 잘 해주셔서, 편하게 말하고 왔다. 편집을 정말 잘 해주셨다. 그래서 내용이 더 정리가 잘됐고, 짧지만 정보가 알차다. https://youtu.be/E9MySFqXSL4?si=1TGUxB6AK2Nxf6Qe https://youtu.be/ZlohPame2Vk?si=k0q..

나는 인간관계가 아직도 서툴다

때때로, 다른 사람이 나를 왜 좋아하는 건지 궁금해질… 이라기보다는 의아할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까지 가치 있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라고 전달하고 싶은. 어쩔 땐, 우리집 어린이들에게도 진심으로 물어본다. "내가 왜 좋아?" 우리 애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니까 좋아한다고 하고, 그 뒤로 여러 이유를 말해주는데, 그 다음은 달라지기도 한다. 당연한 대답이고, 질문 하자마자 괜히 물었지 싶은데, 그러고 나면, 애들한테 '나는 이래서 우리 애기 좋지' 말해준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고 하면, 교육분석을 들어야 한다 어쩐다 소릴 들을 거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내가 좀 베베 꼬여서 그런 것 같다. 교육분석 뭐 이런 쪽으로다. 나에 대해 완전히 만족할 수 없는데, 모든 종류의 대인관계에 늘 프로..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니까 오늘 하루도 서로를 아껴줘야지.

나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완전 깡촌에서 살았었다. 과자라도 하나 사먹으려고 조그만 구멍가게까지 가려면, 마냥 걸어서 20분을 가야할 정도로 시골동네. 더 큰 문제는 과자라는 걸 사 먹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외진 시골이었다는 거. 그 시골에서도, 내가 어릴 때 살던 그 집은 그 동네에서는 나름 괜찮은 집이었다. 방이 세 개 였고 집 안에 큰 마당이 있었고 마당 앞엔 밭과 우물, 그 동네를 대표하는 감나무가 있는 그럭저럭 큰 집 이었다. 나는 우리(할머니) 집이 그 동네 제일 가는 부잣집일 줄 알았다. 사실, 어렴풋하게나마 알고는 있었다. 그 동네 제일 가는 부잣집은, 동네 어귀에 소를 많이 키우던 홍씨 아저씨네라는 걸. 하지만, 마당 바로 앞에 커다란 산이 바로 보이는, 산이 더 가까운 우..

우리집 어린이들의 음악 듣는 취향

부모의 음악 취향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일부러 아이들에게 내가 듣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잡다하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정말 음악을 이것저것 다 듣는데 냉정과 열정사이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는 어린이가 됐다. 참 신기한게, 딱히 좋아하지 않는 노래까지 이것저것 들려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취향이 그냥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가끔 아이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소개받기도 하는데, 내 취향이기도 하다는. 이런 건 참 신기하다. 뭐, 물론 아이들과 (드라마, 만화, 개그, 먹는 거 등등) 취향이 아주 다른 경우도 매우 많기는 하다.

아빠에 대한 회상

최근 돌아가신 분들의 사후 처리에 대한 책 후기가 탐라에 돌아다녔다. (죽은 자의 집청소,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 어제 잠을 설치다 타임라인에거 봤던 그 책에 대한 내용이 갑자기 그 생각이 났고, 어쩌다 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 조금 울었다. 아빠는, 무슨 드라마 소재로 나올 법한 희귀한 불치병에 걸렸고, 진단 받고 반년을 사셨는데 그나마도 2/3 정도는 입원해 계셨었다. 돌아가신 건, 크리스마스를 지난 다음 달이었다. 아빠는 크리스 마스 이브에 입원해서 퇴원하지 못했다. 역병이 돌기 거의 직전이었다. 새벽 4시 좀 넘어서 임종을 맞았는데, 산소포화도가 서서히 떨어져가는 걸 가족 모두 지켜봤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셨던터라 당시 계시던 간호사선생님들이 다 같이 울었다. 그게 좀 오래 기억에 남았고..

자기자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어릴 때는 내 생활이나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전시하고 싶었다. 싸이월드 같은 SNS는 “나”의 일부를 부분적으로(선택적으로) 전시하기에 좋은 창구였다. 지금은, 할 만큼 해봤다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생활은 드러낸 만큼, 생각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게 무서워서 사생활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건, 어떤 면으로는 꽤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부위가 설탕을 먹을 때나 마약을 했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 결과라고 하고, 말센스라는 책에 이 내용이 나온다고 해서 책을 일단 사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아서 정확하게 어느 ..

행복의 역설 2

사는 건 어차피 불행하다고, 불행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내 황망해 하면서,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 하며 원망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러니, 하루 단 한 순간이라도 기분 좋게 웃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행한 하루고, 그 사람에게 감사하자고 하면 글쎄.... 기분탓인가 나이가 좀 든 분들은 확실히 표정이 밝아지고, 나이가 어린 분들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거 같다. 행복하고 싶어할 수록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 민감해져 더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행복의 역설 이제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 않고 아이들 덕분에 웃으면, 정말 감사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사는 건 때로는 또는 거의 매일 너무 고달프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싶은데, 딱히 뭘 말해야할지 모르겠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산만해지는. 뭐가 막 되게 먹고 싶은데, 딱히 뭘 먹어야 할지 정해지지는 않고. 시간이 꽤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막상 뭘 으쌰으쌰 해볼라 치면, 시간이 또 너무 짧게 느껴지는. 그렇다고 멀뚱멀뚱 그냥 있자니, 너무 시간이 긴. 어쩌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있지 뭐 싶은. 여기가 좋아? 응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좋은데 또 그냥 그래. 여기가 좋은데 다른 데로 가고 싶어. 뭐 이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 중. 참,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인데, 매일매일 아무 일도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날더러 어쩌라고 싶은데, 이만하면 뭘 더 바라나 싶기도 하다.

읽을 수 있을 때와 써야 할 때

올해에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는, 책을 좀 읽는 것이었다. 뭐, 원래도 그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으나 일년에 한 두 권? 아니면 대여섯 권은 읽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전혀 책을 읽지 않은지 꽤 되었다. 아마도 애들 낳고 난 이후부터였겠지? 사실 애들 낳고 키우고 이 때 즈음 해서, 책을 읽어도 아니면 뭘 읽어도 글씨는 읽지만 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슈퍼비전도 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보고서도 쓰고 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싶은 지경이고 함께 일했던 분들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감사하기도 하다. 뭐, 여튼 이런 상태가 어느정도 괜찮아지긴 했어도 '독서'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온 건, 얼마 안 된 것 같다. 사실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독서'를..

산을 넘으면 똥밭이 나온대.

요즘은 내 나이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더 이상 젊지 않고, 몸과 기력과 인지능력이 쇠퇴할 예정이다.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지나갈 시간들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룬 것들도 많지만, 책임이 늘었고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지만 갈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면 또 나온다.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해도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근데 또 똥밭이 나오겠지?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잠깐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게 많고 웃을 일도 많다. 그래서 더이상 깊게, 절망으로 빠져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의 무게로 무겁게 내려앉은 기분은 올라오지 않는다

상호의존

당신이 무너지면 나도 같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가 무너질 때 당신이 지켜주세요. 우린 모두, 약해질 때가 있고 인생에 언젠가는 무너져내릴 때도 있어요. 서로 약해빠진 우리지만 서로를 잡아줄 순 있습니다. 당신이 썩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 역시 당신에게 그다지 탐탁하지 않을 거에요. 내 부족한 점을 당신에게서 메우려고 하지는 않을 거에요. 비록 비루하고 서로 별로인 우리지만 서로를 서로서로 지켜줍시다. 그래도 서로 기댈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네요.

나쁜 감정을 오래 묵힌 게,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돈 때문이었을까

요즘 유독 짜증도 나고 누군가를 험담하고 투덜대는 빈도가 높아졌다. 나는 왜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뒷담화를 하고 투덜대는지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엔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누굴 만나도 내 평가가 까일만한 언행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을 하고 있고 가급적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나름 문진장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렇게 지낸지가 꽤 오래 된 것 같고, 그냥 이젠 뭔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그나마 험담을 쓰고 지우고, 뒷담화를 하고 후회를 하고, 누군가를 돌려서 욕을 하고 그러면서 꽤 길게 속에 차오르는 답답함과 화를 꽤 길게 잠재우면서 이런 시간을 길게 끌고 온 것 같다. 얼마 전부터는 내가 느끼기에도, 어느 순간 어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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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았으면, 나에 대해 실망했다는 말을 듣거나, 나의 부족한 점을 지적받으면 몹씨 괴로웠을텐데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딱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기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저짝의 기대를 100% 충족시켜줄 수 없으니까. 어, 그래. 당신이 나한테 그런 점에서 실망했군나.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아쉬웠겠네. 라고 충분히 공감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이 원하는 딱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당신한테 미안하지는 않다. 당신이 너는 그런 점에서 나를 만족시키 못 해. 너는 그런 점이 부족해! 이렇게 말을 해도, 나는 이제 상처받지 않아. 그리고 그 기대를 어떻게든 충족해보려고 애쓰지도 않아. 어떻게 당신 기준에 100%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