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 126

상담의 목표 : 혹시 다 같이 홍익인간이 되길 바라나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어쩌다 인간이 이럴 수 있지?"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자꾸 만나다 보니, "아.. 사람이니까 이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러다가도, 정도가 좀 심한 사례를 보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싶은 경우도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나다 보니 "아... 이런 것도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흠... 여기까지가 인간의 범위구나..."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을 해보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인간' 또는 '인간다움'은 기준이 너무 높은 거 같다." 이다. 많은 경우, 상담자들은 암묵적으로 내담자가 성장해야 좋은 상담이라고 여긴다. 가령 MMPI에서 F 척도와 TRT 척도..

외상과 관련된 반응

외상(trauma)과 관련된 가장 흔한 심리적인 반응(reaction)은 생리적인 항상성이 깨진것과 관련된 탈억제 증상이다. 탈억제(인지/행동/정서 모든 면에서) + flash back 이면 PTSD를 고려해볼 수 있다. 만약, 탈억제 징후는 뚜렷하지만 Flash back이 뚜렷하지 않다면, PTSD 외에 다른 진단을 고려해야 한다. 외상에 대한 반응으로, 방어기제 남용이 흔하게 발견된다. 자주 쓰는 방어기제 중에는 부인, 억압이 많은데, 신체화 징후가 뚜렷한 경우가 많고 이렇게 방어기제가 남용되는 경우, Panic Attack이 흔하게 나타난다. Panic 증상이 심하면, Panic Disorder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참고로, MMPI에서 Panic은 1-3-8이다. 탈억제 양상은 분명히 있고, P..

Rorschach : R과 L과 P 그리고 Zd와 X% 의 관계

만약, 누군가가(수검자가) 여행사진을 찍어 온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R은 사진을 찍은 개수에 해당합니다. 보통 하루에 적게는 14장에서 많게는 25장을 찍는다고 가정을 가정해 봐요^^ L 사진의 다양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High L은 쉽게 눈에 띄는 것들 위주로 대충 찍은 사진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Low L은 두루두루 다양한 종류의 사진을 찍었다는 걸 의미할 수 있습니다. 사람, 풍물, 풍경, 지나가는 벌레, 흙 등등 자기 눈에 띄는 의미 있는 사진을 종류 별로 다 찍어보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P는 그 지역의 상징이나 대표적인 관광 포인트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아, 너 여기 다녀왔구나!'라고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거죠. 결정인 비율로 채점되는 X % 는..

MMPI-2 : FBS가 상승하는 이유

FBS 척도가 상승하는 이유 1) 돈(보험금) : FBS척도는 태생적으로, 보험금을 부당수령 하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만든 척도 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험금을 부당 수령할 목적이 있는 분들에게서 FBS가 문제적으로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닐 때에도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기도 합니다. FBS 척도가 보험금 또는 금전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할 때가 아님에도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면, 다음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사례를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2) 면피 :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걸 하기 싫을 때. 임상 척도를 띄워서 "이거 좀 봐, 내가 환자래. 내가 딱히 그걸 하기 싫다는 게 아니야. 근데, 이거 좀 봐봐. 내가 환자래. 이걸 보고도 나한테 그거 시킬..

MMPI-2 보충척도 중, Mt 척도에 대한 이해

MMPI-2에 있는 보충척도는 유용한 척도입니다. 특히 MMPI 임상척도가 소위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을 때, 특히나 유용하게 해석할 수 있는 척도 입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닌데 대학생활 부적응(Mt)이 유의미하게 나오면 이걸 해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지요? 그리고 결혼한 사람도 아닌데, MDS(결혼생활부적응)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이걸 또 어찌해야 하나 싶을 겁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t(대학생활 부적응) 척도를 해석하는 내용에 대한 팁을 나누려고 합니다. 대학생활 부적응 척도를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대학'과 '대학 이전의 학생으로서의 생활'에 대한 차이를 먼저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이후(또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생활은,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공부 ..

Rorschach에서 ALOG 채점 기준

로샤를 코딩하는 과정에서 특수 점수 코딩은 많은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하지요. 그 중에서도 가중치가 높게 책정되었으면서도, 생각보다 흔하게 출현하는 ALOG는, 이걸 지금 주는 게 맞나? 너무 과한가?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하는 특수채점 항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슈퍼비전을 하다보면, ALOG와 관련해서, 각각 다른 선생님들께 반복되는 설명을 할 때가 있는데요 오늘은 시간도 좀 있고, 생각도 난 김에, 제가 알고 있는 ALOG의 채점 기준에 대해서 소개를 해드릴려고 합니다. 로샤 검사에서 카드의 그림은 잉크 반점 영역과 흰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잉크가 묻어 있어 색이 있는 영역 = 잉크 반점의 안쪽 (C, C', Y, V, T) 잉크가 묻어 있지 않은 흰 바탕 = 잉크 반점의 밖(space) ..

사이코드라마는 상담에도 심리검사를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나는 상담할 때,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고, 상담 과정에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활용하려고 애씁니다. 내가 진행하는 심리상담의 뿌리는, 사이코드라마에 큰 지분이 있습니다. 심리학과에 들어가려고 대학에 왔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보니, 저는 '사회과학부' 학생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야, 심리학과 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라도, 심리학과 관련된 그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사이코드라마 학회'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사이코드라마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간 거였습니다. 우리학교 사이코드라마 학부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했고 일년에 한 번, 가을에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는 동안에도 학부..

수련 중이신 선생님들, 보고서가 늘지 않는 건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임상 쪽 사람들이, 외부 전문가들이나 내담자들로부터 가끔 또는 종종 까칠하고 재수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론, 임상 쪽 사람들이 다른 분야 심리사들에 비해 성향 자체가 좀 까칠..하고 냉하고 평가적인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사실 수련 중인 선생님들은 그냥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여유가 없으니, 한 번 보고 관계가 끊어질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마음을 쓰지 않고, 검사 하고 보고서 쓰는 기계가 된 것처럼 느끼면서도, 점점 그냥 검사하고 보고서 쓰는 기계로 지내게 되는. 그러니 보고서가 루틴해지면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끼고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루틴한 보고서를 탈피하려면 그냥, 시간을 더 들이면 된다는 것조차 능동적으로 떠올리지 못..

'몸'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다

사람이 자신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샅샅이 다 아는 것 같아도 사람은,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도 스스로의 실물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사람이다. 거울이 있어도 내 목덜미 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내 몸 구석구석 못 보는 곳도 생각보다 많고, 내 몸 속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모른다. 마음만 있으면 될 것 처럼 여기고, 머리가 제일 똑똑한 줄 알지만, 사람은, 자신의 몸뚱아리가 아까 입으로 먹은 음식을 어떤 경과를 거쳐서 에너지로 변환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한다. 그런 건 몸이 다 알아서 하니까. 그렇다. 머리는 알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걸, 오히려 둔하고 이성도 없는 몸뚱아리가 대단히 스마트한 시스템을 작동시키며 ..

감정을 다룬다는 건지, 감정을 떠받드는 건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속담에서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슬픔은 아무리 나눠도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결국 아무리 나눠도 남는 슬픔 절반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많이 이야기 하는, "온전히 이해 받는다"는 건 과연 뭘까? 온전히 이해를 받으면, 기분이 어떻게 되는 걸까? 상담을 받아도,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분석을 해봐도 기분이 계속 처지고 고통스러운 건, 제대로 이해받지 못 해서인가? 아니면, 혹시, “이해 받는다”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 건 아닐까? 이해만 받으면, 기분 문제는 다 해결 될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뭔가 기분이 다 풀리지 않은 건, 이해를 제대로 받지 못 해서라고 생각했던 ..

누구라도, 언제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라도,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특별한 사람만 되는 건 아닙니다. 착하기만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하는 착한 마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누군가에게는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해서 피해자가 생기면, 그 주변 사람을 위해 선한 행동을 한 착한 사람은 곧 '가해자'가 되는 겁니다. '가해자' 라는 단어에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싸이코패쓰나 쑈시오패쓰 같이, 특별히 나쁜 사람 만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설령 '가해자'라고 해도, 이 말이 곧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피해자가 될 수..

공사를 구분하고 '공'을 우선해야 합니다

소위 '일 머리'라고 하는 거 중에 상황을 잘 봐가면서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봐가면서 우선순위를 잘 선정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피곤해질 때가 많습니다. 상황에 따른 우선순위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사'에 맞춰서 언제는 '공'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언제는 '사'를 더 중요하게 여겨하는지를 상황 봐가면서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의 사적인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사적인 일보다는 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을 우선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많이,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사'적인 일이,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나머지 "내가 급한데, 나를 아는 사람들이니까 내 사정을 알아서 봐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공적..

한 번에 해내지 못하는 인간다움에 관대해져 봐요

노래를 한곡 완창하려면, 아무리 쉬운 동요라고 해도 가사를 보면서 몇 번을 들어보고 듣지 않고 가사만 보면서 몇 번을 따라 불러보고, 가사를 외운 후에도 몇 번씩 틀려 가면서 불러 봐야 할 거예요. 그리고 가사를 보지 않고, 노래를 틀어놓지 않고도 혼자 완벽히 부를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가는 다시 부를 때 또 실수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리가 어떤 노래를 배울 때, 한 번 듣는 것 만으로는 완벽하게 혼자 부를 수 없는 건, 우리가 인간적인 사람이어서 그렇겠죠? 심지어, 가사가 있어도, 누군가가 같이 노래를 불러주어도 실수하는 인간다운 사람.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뭔가를 지시할 때 "너는 왜 한 번 말 하면 제대로 하질 않니?" 라고 말하는 마음 안에는 어쩌면, 아이가 사람이지 않기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