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상담의 목표 : 혹시 다 같이 홍익인간이 되길 바라나요?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1. 12. 2. 23:24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어쩌다 인간이 이럴 수 있지?"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자꾸 만나다 보니, "아.. 사람이니까 이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러다가도, 정도가 좀 심한 사례를 보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싶은 경우도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나다 보니

"아... 이런 것도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흠... 여기까지가 인간의 범위구나..."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을 해보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인간' 또는 '인간다움'은 기준이 너무 높은 거 같다." 이다.


많은 경우, 상담자들은 암묵적으로 내담자가 성장해야 좋은 상담이라고 여긴다.

가령 MMPI에서 F 척도와 TRT 척도 모두 유의미하가 상승하는 경우, 호소하고 싶은 건 있지만, 치료적인 동기는 낮은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검사 결과에서 이런 패턴이 나타나는 경우, 상담에서 줄곧 하소연이나 신세한탄 또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주로 한다.

상담이 계속 이렇게 흘러가면, 상담자는 마음이 불편해지고 급해진다. 이런 상담이 3~4회기 이상 지속되면, '어, 계속 이렇게만 하면 안 되는데...' 싶은 생각이 단전에서 부터 올라온다.


성장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상담소를 방문하는 내담자들 중에도 성장이나 치유가 상담의 목표가 아닌 분들도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수검자가 모두 변화와 성장의 동기를 가지고 상담소에 오는 건 아닙니다.

라고 해도,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언젠가 나아지려고 하는 날이 오겠죠?', '그래도 언젠간 지금보다는 크려는 마음이 있긴 하겠죠?' 라는 질문을 많이도 들었다.



정말 이쯤 되니,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 되도록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심리학은, 사람의 이성과 감성, 정신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지만, 오히려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또는 무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심리학에서 인간됨, 또는 인간다움에 대한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더 강해진 건, 요즘 인문학과 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접하면서 이다.

인간은 애초에 그리 우아하고 도덕적이지 않다.
그냥, 인간이 '심리'가 있고, 눈부시게 기술을 발전시키기고, 지구 환경을 이리저리 파괴하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신과 가장 가깝다고 주장해봐도

신 아래, 박테리아와 생존경쟁 하는 면에서는 같지 않은가.



사람이 '심리'가 복잡하다고, 뭘 그리 대단하다고.
인간다움에 대해 그리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지, 이제는 알고 싶지가 않다.

 

다만,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은 심리사가 마음 먹어야 할 태도면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상담자가 보기에 내담자에게 성장이 필요하다고, 성장을 원치않는 내담자에게 성장을 촉진하는 건
때로는 호의에서 나오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개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개인적인 목표나 성장의 방향은 천차만별일 수도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