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사이코드라마는 상담에도 심리검사를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1. 11. 16. 22:44

나는 상담할 때,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고, 상담 과정에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활용하려고 애씁니다.


내가 진행하는 심리상담의 뿌리는, 사이코드라마에 큰 지분이 있습니다.

심리학과에 들어가려고 대학에 왔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보니, 저는 '사회과학부' 학생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야, 심리학과 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라도, 심리학과 관련된 그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사이코드라마 학회'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사이코드라마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간 거였습니다.

우리학교 사이코드라마 학부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했고

일년에 한 번, 가을에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는 동안에도 학부활동은 계속했었고, 휴학 후 돌아와 3학년이 될때까지 현역으로 사이코드라마 활동을 했었습니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30분 거리였는데도, 휴학을 하고서도 학회활동을 하러 학교에 갔었습니다.

 

사이코드라마 활동을 하면서, 공연준비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꼭 하고 싶었지만
해야 한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평소 같으면 절대로 하지 못 할 - 머리 속에만 있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경험 자체가,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도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뭣모르고 들어간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듣고 보고 공감하는 기초적인 훈련을 4년을 했었더군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내내 했던 게 공감훈련이었거든요.

 

대학원 때도, 무슨 그리 운이 좋았는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과 1박 2일로 사이코드라마 집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수련하면서 인생이 너무 고달팠을 때, 2년짜리 사이코드라마 집단에도 참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사이코드라마 공연 연습을 하고 집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듣는' 훈련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듣기'를 좀 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의외로 사이코드라마에서 훈련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이코드라마에서 '이중 자아'라는 기법을 쓰는데, 이건 사이코드라마 주인공이 하지 못할 법한 말을 옆에서 대신 해주는 역할 정도로 이야기해 볼 수 있겠네요. 이보다는 더 고급지고 그럴싸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공연 연습할 때는 이런 마음으로 이중자아를 연습합니다.

 

암튼, 이중자아 역할을 잘 하려면, 주인공에게 더 몰입해야 하고, 주인공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나 감정을, 맥락을 따져가면서 추측해야 합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맥락에 맞춰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사이코드라마에서 훈련했던 대로, 수검자의 마음을 이해해보기 위해 저는 이렇게도 해봅니다. 심리검사결과로 수검자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할 때,

 

"내가 이 사람이라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침에 눈을 뜨고 싶을까? 눈을 뜨기 싫을까?"

"하루가 시작된 게 반가울까?"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그러면 수검자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아주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임상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임상과 상담은, 밖에서 보면 대동소이하게 보이겠지만,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담'과 '임상'은 뼛속부터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뼈속부터 '임상'인 제가, 그나마 사이코드라마를 오래 훈련한 덕에, 잘 듣고 심리평가보고서도 공감적으로 써보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요즘에 부쩍 많이 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