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93

자기자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어릴 때는 내 생활이나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전시하고 싶었다. 싸이월드 같은 SNS는 “나”의 일부를 부분적으로(선택적으로) 전시하기에 좋은 창구였다. 지금은, 할 만큼 해봤다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생활은 드러낸 만큼, 생각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게 무서워서 사생활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건, 어떤 면으로는 꽤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부위가 설탕을 먹을 때나 마약을 했을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 결과라고 하고, 말센스라는 책에 이 내용이 나온다고 해서 책을 일단 사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아서 정확하게 어느 ..

행복의 역설 2

사는 건 어차피 불행하다고, 불행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내 황망해 하면서,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 하며 원망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러니, 하루 단 한 순간이라도 기분 좋게 웃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행한 하루고, 그 사람에게 감사하자고 하면 글쎄.... 기분탓인가 나이가 좀 든 분들은 확실히 표정이 밝아지고, 나이가 어린 분들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거 같다. 행복하고 싶어할 수록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 민감해져 더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행복의 역설 이제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 않고 아이들 덕분에 웃으면, 정말 감사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사는 건 때로는 또는 거의 매일 너무 고달프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싶은데, 딱히 뭘 말해야할지 모르겠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산만해지는. 뭐가 막 되게 먹고 싶은데, 딱히 뭘 먹어야 할지 정해지지는 않고. 시간이 꽤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막상 뭘 으쌰으쌰 해볼라 치면, 시간이 또 너무 짧게 느껴지는. 그렇다고 멀뚱멀뚱 그냥 있자니, 너무 시간이 긴. 어쩌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있지 뭐 싶은. 여기가 좋아? 응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좋은데 또 그냥 그래. 여기가 좋은데 다른 데로 가고 싶어. 뭐 이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 중. 참,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인데, 매일매일 아무 일도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날더러 어쩌라고 싶은데, 이만하면 뭘 더 바라나 싶기도 하다.

읽을 수 있을 때와 써야 할 때

올해에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는, 책을 좀 읽는 것이었다. 뭐, 원래도 그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으나 일년에 한 두 권? 아니면 대여섯 권은 읽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전혀 책을 읽지 않은지 꽤 되었다. 아마도 애들 낳고 난 이후부터였겠지? 사실 애들 낳고 키우고 이 때 즈음 해서, 책을 읽어도 아니면 뭘 읽어도 글씨는 읽지만 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슈퍼비전도 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보고서도 쓰고 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싶은 지경이고 함께 일했던 분들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감사하기도 하다. 뭐, 여튼 이런 상태가 어느정도 괜찮아지긴 했어도 '독서'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온 건, 얼마 안 된 것 같다. 사실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독서'를..

질병과 사람을 분리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유형의 아이들은, "이런 애는 다섯 명도 혼자 보겠다." 라고 회자될 정도로 수월하다. 실제로 4~7세 아동은, 교사 한 명 당 평균적으로 7~14명까지 담당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보조교사도 있고 먹거리나 청소 등등을 담당해주시는 다른 어른이 있긴 하지만, 성인 서너 명이 한 번에(또는 돌아가면서) 14명의 어린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 입학하면, 교사 한 명당 8세 이상되는 아이들을 20명 ~ 30명을 맡게 된다. 예전엔 50명도 넘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교사의 관심을 섬세하게 받을 수는 없는 환경이지만, 이 시기의 아동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살핌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유형의 아이에게는 양질의 양육 + 교육 + 훈..

나쁜 일을 하면, 진짜 천벌을 받을까?

범죄피해자 상담 교육 덕분에 그놈의 “권선징악”이 얼마나 나쁜 이념교육인지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놈의 “권선징악” 때문에, 나쁜일 하면 언젠가라도 천벌을 받는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는데, 은연중에 나도 그런 생각한다는 게 소름. 그놈의 권선징악 때문에 범죄피해자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나쁜일(징벌) 당한 거겠지” 라고 생각해버리는 흐름이 생긴다고 한다. 정작 가해자는, 본인이 (처벌받을만한)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없다고 하고. 더 나아가 자긴 나쁜 일을 당하지 않았으니까 잘 못 한 게 없다는 주객전도 논리도 가능하다고 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흔한 논리와 변명이 “쟤가 맞을 짓을 해서 내가 벌 한 거니,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이런 식이라고 한다. ..

산을 넘으면 똥밭이 나온대.

요즘은 내 나이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더 이상 젊지 않고, 몸과 기력과 인지능력이 쇠퇴할 예정이다.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지나갈 시간들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룬 것들도 많지만, 책임이 늘었고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지만 갈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면 또 나온다.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해도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근데 또 똥밭이 나오겠지?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잠깐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게 많고 웃을 일도 많다. 그래서 더이상 깊게, 절망으로 빠져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의 무게로 무겁게 내려앉은 기분은 올라오지 않는다

요즘 엄마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길

요즘 시대에, 갓난 아이를 전담으로 1년 이상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제발 요즘 육아에 대해 입 좀 털지 않았으면 좋겠다. '갓난 아이를 전담으로 키운다'는 것은, 아이 육아의 제 1 책임자가 되는 걸 말한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 줄 첫 번째 책임이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이 잠깐 봐주다가도 물어보거나 확인할 게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을 받게될 사람. 그 역할을 1년 이상 하지 않은 사람은, 제발 요즘 육아, 요즘 엄마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다. 예전엔 애들은 낳으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애들이야 낳으면 알아서 클텐데, 그냥 낳아. 뭘 그렇게 따져" 이런 식의 이야기를 실제로 들은 적도 있으니까. 요즘처럼 어른들이 아이에게 바짝 붙어서 애들을 돌본 게 얼마 ..

옳은 행동을 하자

생각한 대로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때 일단 생각을 따르자. 그래야 후회를 덜 한다. 그리고, 나중에 마음을 풀자. 혼자 울어도 마음은 풀리더라. 생각과 주관, 지식은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뭔 차이가 나나 싶은데 다 다른 것들이다. 다 다르지만, 사실 구분은 정말 쉽지 않지만 그래도 구분을 해보자. 그래야 실수를 덜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을 했고 배운 대로 옳게 행동을 했고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지만 마음이 다 좋은 건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상황이 나쁘다는 현실 그럼에도 사람이 나쁘다고, 미워하고 그 사람 때문에 나쁜 일이 벌어졌다고 원망하는 게 얼마나 빠지기 쉬운 함정인지 명심하자. 방심하면,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비난하게 된다. 상황이..

내 잘못을 바로잡는 건, 아주 어려운 일

내가 저지른 과오들을 수습하는 과정은 일은 쉬워도, 마음이 고되다.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잘못된 일을 그나마 제대로 돌아가도록 올바른 조치를 하고 내가 잘못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행동이 잘못된 거고 나는 미숙할 수 있었던 거고 만회할 수 있으면 충분히 괜찮다고 마음에 몇 겹으로 뻔뻔함을 발라도 이런 일은 그냥 너무 괴롭다.

상호의존

당신이 무너지면 나도 같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가 무너질 때 당신이 지켜주세요. 우린 모두, 약해질 때가 있고 인생에 언젠가는 무너져내릴 때도 있어요. 서로 약해빠진 우리지만 서로를 잡아줄 순 있습니다. 당신이 썩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 역시 당신에게 그다지 탐탁하지 않을 거에요. 내 부족한 점을 당신에게서 메우려고 하지는 않을 거에요. 비록 비루하고 서로 별로인 우리지만 서로를 서로서로 지켜줍시다. 그래도 서로 기댈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네요.

나쁜 감정을 오래 묵힌 게,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돈 때문이었을까

요즘 유독 짜증도 나고 누군가를 험담하고 투덜대는 빈도가 높아졌다. 나는 왜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뒷담화를 하고 투덜대는지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엔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누굴 만나도 내 평가가 까일만한 언행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을 하고 있고 가급적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나름 문진장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렇게 지낸지가 꽤 오래 된 것 같고, 그냥 이젠 뭔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그나마 험담을 쓰고 지우고, 뒷담화를 하고 후회를 하고, 누군가를 돌려서 욕을 하고 그러면서 꽤 길게 속에 차오르는 답답함과 화를 꽤 길게 잠재우면서 이런 시간을 길게 끌고 온 것 같다. 얼마 전부터는 내가 느끼기에도, 어느 순간 어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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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았으면, 나에 대해 실망했다는 말을 듣거나, 나의 부족한 점을 지적받으면 몹씨 괴로웠을텐데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딱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기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저짝의 기대를 100% 충족시켜줄 수 없으니까. 어, 그래. 당신이 나한테 그런 점에서 실망했군나.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아쉬웠겠네. 라고 충분히 공감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이 원하는 딱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당신한테 미안하지는 않다. 당신이 너는 그런 점에서 나를 만족시키 못 해. 너는 그런 점이 부족해! 이렇게 말을 해도, 나는 이제 상처받지 않아. 그리고 그 기대를 어떻게든 충족해보려고 애쓰지도 않아. 어떻게 당신 기준에 100%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