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감성

아빠에 대한 회상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2. 11. 21. 21:16

최근 돌아가신 분들의 사후 처리에 대한 책 후기가 탐라에 돌아다녔다.
(죽은 자의 집청소,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


어제 잠을 설치다 타임라인에거 봤던 그 책에 대한 내용이 갑자기 그 생각이 났고, 어쩌다 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 조금 울었다.


아빠는, 무슨 드라마 소재로 나올 법한 희귀한 불치병에 걸렸고, 진단 받고 반년을 사셨는데 그나마도 2/3 정도는 입원해 계셨었다. 돌아가신 건, 크리스마스를 지난 다음 달이었다. 아빠는 크리스 마스 이브에 입원해서 퇴원하지 못했다. 역병이 돌기 거의 직전이었다. 

새벽 4시 좀 넘어서 임종을 맞았는데, 산소포화도가 서서히 떨어져가는 걸 가족 모두 지켜봤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셨던터라 당시 계시던 간호사선생님들이 다 같이 울었다.

그게 좀 오래 기억에 남았고
지금도 왠지 고마운 기분이 든다.


아빠를 아주 많이 미워했었는데 어른이 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남았다.

우리아빤 고집이 세고 마음이 여리고 자신을 제대로 아낄 줄 모르고 어리광이 좀 있고 담배는 끊어도 술을 끊지 못 했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이젠 그리운 것도 잘 모르겠다.

대학 들어갈 때까지도 삶에 대한 회의가 깊었고 내 존재가 별 의미 없다는 생각, 자의식이 매우 강했다.

지금 생각하면 쵸큼 창피한 지경이다.

여전히 가끔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도,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몰려온다.
그래도 그냥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짧아졌다.
아빠에 대한 막연한 미움이 사라지고 나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