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69

Rorschach에서 ALOG 채점 기준

로샤를 코딩하는 과정에서 특수 점수 코딩은 많은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하지요. 그 중에서도 가중치가 높게 책정되었으면서도, 생각보다 흔하게 출현하는 ALOG는, 이걸 지금 주는 게 맞나? 너무 과한가?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하는 특수채점 항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슈퍼비전을 하다보면, ALOG와 관련해서, 각각 다른 선생님들께 반복되는 설명을 할 때가 있는데요 오늘은 시간도 좀 있고, 생각도 난 김에, 제가 알고 있는 ALOG의 채점 기준에 대해서 소개를 해드릴려고 합니다. 로샤 검사에서 카드의 그림은 잉크 반점 영역과 흰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잉크가 묻어 있어 색이 있는 영역 = 잉크 반점의 안쪽 (C, C', Y, V, T) 잉크가 묻어 있지 않은 흰 바탕 = 잉크 반점의 밖(space) ..

사이코드라마는 상담에도 심리검사를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나는 상담할 때,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고, 상담 과정에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활용하려고 애씁니다. 내가 진행하는 심리상담의 뿌리는, 사이코드라마에 큰 지분이 있습니다. 심리학과에 들어가려고 대학에 왔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보니, 저는 '사회과학부' 학생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야, 심리학과 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라도, 심리학과 관련된 그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사이코드라마 학회'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사이코드라마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간 거였습니다. 우리학교 사이코드라마 학부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했고 일년에 한 번, 가을에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는 동안에도 학부..

수련 중이신 선생님들, 보고서가 늘지 않는 건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임상 쪽 사람들이, 외부 전문가들이나 내담자들로부터 가끔 또는 종종 까칠하고 재수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론, 임상 쪽 사람들이 다른 분야 심리사들에 비해 성향 자체가 좀 까칠..하고 냉하고 평가적인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사실 수련 중인 선생님들은 그냥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여유가 없으니, 한 번 보고 관계가 끊어질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마음을 쓰지 않고, 검사 하고 보고서 쓰는 기계가 된 것처럼 느끼면서도, 점점 그냥 검사하고 보고서 쓰는 기계로 지내게 되는. 그러니 보고서가 루틴해지면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끼고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루틴한 보고서를 탈피하려면 그냥, 시간을 더 들이면 된다는 것조차 능동적으로 떠올리지 못..

'몸'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다

사람이 자신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샅샅이 다 아는 것 같아도 사람은,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도 스스로의 실물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사람이다. 거울이 있어도 내 목덜미 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내 몸 구석구석 못 보는 곳도 생각보다 많고, 내 몸 속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모른다. 마음만 있으면 될 것 처럼 여기고, 머리가 제일 똑똑한 줄 알지만, 사람은, 자신의 몸뚱아리가 아까 입으로 먹은 음식을 어떤 경과를 거쳐서 에너지로 변환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한다. 그런 건 몸이 다 알아서 하니까. 그렇다. 머리는 알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걸, 오히려 둔하고 이성도 없는 몸뚱아리가 대단히 스마트한 시스템을 작동시키며 ..

감정을 다룬다는 건지, 감정을 떠받드는 건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속담에서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슬픔은 아무리 나눠도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결국 아무리 나눠도 남는 슬픔 절반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많이 이야기 하는, "온전히 이해 받는다"는 건 과연 뭘까? 온전히 이해를 받으면, 기분이 어떻게 되는 걸까? 상담을 받아도,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분석을 해봐도 기분이 계속 처지고 고통스러운 건, 제대로 이해받지 못 해서인가? 아니면, 혹시, “이해 받는다”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 건 아닐까? 이해만 받으면, 기분 문제는 다 해결 될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뭔가 기분이 다 풀리지 않은 건, 이해를 제대로 받지 못 해서라고 생각했던 ..

코로나 블루와 사례개념화

코로나로 인한 판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집에 오래 있는 김에 달고나 커피 만들어 먹는다고 커피를 천 번씩 저으면서 웃었던 때가, 벌써, 작년 1~2월 이네요. 그러부터 1년도 넘은 이 시기까지 판데믹은 여전하고 예상했던 속도만큼,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어느정도 완료가 된 이후에도 마스크는 계속 쓰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판데믹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의 생활이 광범위하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들을 겪으면서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 양상을 경험하는 '코로나 블루'를 거쳐, 일상의 변화로 분노가 치미는 '코로나 레드'를 지나, 일상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어 절망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유관기관 전문가들은, 코..

자기보고식 검사로 보호자 보고서 쓸 때 참고하세요

아동, 청소년의 보호자 보고서를 쓰실 때, 아주 평이한 검사 결과 때문에 보고서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막막하실 때가 많지요. 그러면서 딱히 칭찬꺼리를 찾자니 그것도 마땅치가 않은데, 그렇다고 의미 있는 것만 쓰자니 내용이 너무 짧아서 안 될 것 같아서 고민하실 때도 있고요. 또는 평이한 검사 결과를 어떻게든 해석을 해서 쓰다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점을 너무 부각하게 되기도 하지요. 아래 그림(도표)을 보시면, 이런 보고서의 내용을 만들 때 참고가 되실 거예요. 부모님의 일상 생활 만족도나 대처, 성격, 대인관계 특성에 대해서 파악하시고 부모로서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 그림들은 [의뢰사유 맞춤] 심리평가보고서 쓰기 (3) 특수 목적 보고서 ..

지인도 지인의 지인도 상담하지 마세요.

상담은, '상담자'-'내담자'라는 역할을 하는 '일'로 만난 사람들끼리 '상담자-내담자라는 관계'안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다루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관계'가 '일'을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지인을 상담해서는 안 되고 지인의 지인도 상담하면 안 됩니다. 이중관계는 언제나 해로우니까요. 지인의 추천이나 권유로 상담을 제안받는다면, 부디 수락하지 마시길. 생각해 보세요. 내담자의 관계를 다뤄야 할 때, 상담 장면에는 없는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하거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면, 이런저런 관계를 고려해야 하느라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상담자-내담자 관계는 '일'로 만들어진 관계입니다. 여기서 상담자가 해야 하는 '일'은 '상담자-내담자'의 관계를 통..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 수록, 신이 필요하다(feat. TCI ST3척도의 이해)

사람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자유가 늘고, 통제할 수 있는 것도 많아 지지만 자신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 확인을 받고, 칭찬을 받거나 잘못에 대해 지적을 받고 교정을 받을 수가 없게 게 됩니다. 그래서 '나' 위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 사실,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을 거에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이고, 고독하기 때문에 '나'와 '너'가 만나서 '우리'가 되어야, 생존에 유리합니다. 인류는 '우리'로 존속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의지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는 그래서, 높은 곳에 있을 수록 '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생의 한 가운데 또는 삶의 한 기로에서 많은 것들을 노력하고 노력한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얻었음에도 인생이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사례 개념화에서 고려해야 할 것

심리검사를 하든, 상담을 하든 사례 개념화를 할 때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찬찬히 따져보면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적 심리상태에 대해서 원인을 분석할 때, 특히 자가 분석을 할 때 특성과 관련된 부분은 고려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특성과 관련된 부분은 분석을 진행하는 눈과 귀 뒤쪽(안쪽)에 있어서 분석 대상에서 열외되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설령 "내가 원래 이런 점이 있어서, 지금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고 하더라도, 심리검사를 진행하거나 전문가에게 관찰을 의뢰하지 않으면 사실 객관적인 탐색이 매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공통의 경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도 포함되고, IMF도 여기..

'관계'를 다루는 상담에서

부부든 가족이든, '관계'를 다루는 상담을 해야 할 때 '관계'를 제대로 보고 다루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개개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을 파악하기 전에 관계를 보려고 하면, 상담자가 관계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다만, '관계'를 직접 다루는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관계 만 봐도, 개개인을 볼 수 있긴 합니다. 근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연륜과 경력이 필요하지요. 무지무지 많이. 그리고 부부 상담을 하든, 가족 상담을 하든 현재 국내의 가정법(이혼, 가정폭력 등)이나,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해 아는 게 필수는 아니겠지만, 알고 있다면, 확실히 '심리'와 '관계'를 다루는 것 외에,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관계와 역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심리검사 해석상담 팁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상담하는 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선 해석상담을 편안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사 면담 때, 수검자 당사자의 검사 의뢰사유를 명확하게 파악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아동 청소년이라면, 보호자와 해석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으니, 이런 경우는 보호자의 검사 의뢰사유도 파악을 해두셔야 합니다. 참고로, 심리상담소 방문사유와 심리검사 의뢰사유는 같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상담소 방문사유가 "너무 우울해서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인 경우 초기 면담을 통해, '우울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탐색하고 치료를 위해' 심리검사를 '초기 면담자'가 의뢰하면, 상담소 방문 사유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지만, 심리검사 의뢰사유는 초기 면담자가 주요한 의뢰인이 됩니다. 이런 경우, 내담자는 수검자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