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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초보 상담자가 감히 공유하고 싶은 경청의 팁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3. 2. 5. 16:47

상담을 처음 배울 때, 실제로 할 때, supervision을 받을 때

누차 듣게 되는, 꾸준히 들어온 말이지요. '경청'.


저 역시 상담자로서는 초보이기 때문에, 경청을 제대로 못할 때가 있고 경청을 못하고 있는 걸 모를 때도 있고 내가 경청하지 못하는 걸 알 때도 있습니다.


다만 썩 괜찮은 경청의 요령은 나눌 수는 있을 것 같아서, 용기 내서 제가 아는(나름 실용적인) 팁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일단.. '경청'은 아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과정이라고 배웠습니다.


'듣는다'는 말엔 수동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긴 하지만,

상담 또는 치료장면에서의 듣기인 '경청'은 절대 능동적입니다.


심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듣기'를 수련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걸 수련합니다. 그리고 듣기+이해가 경청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기도 합니다.



경청을 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듣는 것은 중요합니다.


근데, '경청'을 하려면,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고 애쓰는 것 보다는 '(1)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찾아내는 노력'이 더 효과적입니다.



'경청'하려면, 상담자의 사전지식, 추론능력,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아리까리하다.. 미심적다... 뭔가 앞뒤가 안 맞아서 이해가 잘 안 된다... 하는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있을 땐, 과감하게 '(2)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방금 말한 부분에 대해 다시 듣고 싶다 or 보다 자세히 듣고 싶다.' 등으로 '나의 이해가 미진한 부분을 채워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심리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표정을 달리한다거나 '아...' 등의 감탄사를 써서

'내가 너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표시를 알게 모르게 합니다.


이렇게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를 티내는 소소한 반응들은 이야기하는 사람을 신나게 해서 술술 이야기를 하도록 합니다.


근데, 내담자가 말을 너무 신나게 하다 보면, 상담자가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경청'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치료적으로 '내가 너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을 뿐 아니라, 너의 이야기를 100%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티를 내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따금(타이밍을 잡는 건 좀 더 미묘한 요령이 필요함), '(3) 방금 이야기는 이런저런 뜻인 것 같습니다(요약하기).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요?' 라고 점검하고 지나가주면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상담이 수다로 흐르는 것을 어느 정도 제어해 줍니다.


이렇게 점검해주면


내담자가 맞다고 할 수 도 있고, 그게 아니라고 교정해주기도 합니다.


내담자가 맞다고 하면, '이야기를 이어서 해주세요.'라고 하면 되고

틀렸다고 하고 교정해주면, '아, 명확히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이러이러하다는 거죠?'라고 바꿔준 내용을 이해했다고 알려주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이어서 해주세요.'라고 하면 되죠.





* 참고로, 상담자의 감으로는 엎어 치나 메치나하는 오류를 지적하는 내담자가 많습니다. 이런 내담자들을 접하면 난감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헌데, 이런 '까다로운 내담자'가 사실은 굉장히 좋은 내담자 입니다. '맞다', '아니다', 싫다', '좋다'를 분명히 밝힐 뿐 아니라, 민감하게 본인이 구별해서 말해주니 상담자의 수고를 덜어주고 정확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 상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약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데도, 대충 '맞아요'하는 내담자가 오히려 더 문제죠. <- 이런 경우엔 일단은 그냥 넘어가야 합니다. 사실, 틀렸다고 생각하는데도 대충 맞다고 하는 게 이런 내담자의 핵심 문제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상담이 지속된다면 언제든 다뤄질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