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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동기가 낮은 청소년 내담자와의 orietation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3. 1. 30. 20:08

일반적으로 초보 상담자에게 있어서

 '동기가 낮은 청소년 내담자'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생각과 방식을 바꾸면, 동기가 낮은 청소년 내담자와도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비행)청소년의 경우, 엄마에 의해 끌려옵니다. 또는 법원의 명령을 받고 상담소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청소년 내담자의 상담에 대한 동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이들은 '억지로' 또는 '마지못해' 상담에 참여하니까, 상담 상황 자체를 처벌적으로 생각하고, 상담자에게 삐딱하게 굴고, 자기개방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근데, 이런 아이들에게 있어서 "억지로", "마지못해"가, 상담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쨌거나 상담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억지로"가.


기꺼이가 아니라!



비행청소년이라면 이들은 원채, 뭔가를 억지로 하는 애들이 아닙니다.


근데, 억지로 상담에 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겠지요.



상담자가, 첫 시간에 "우와. 니가 뭔가를 억지로 하고 있구나. 참을성이 대단하네. 약속을 잘 지키려고 했어. 의리가 있네. 신의가 있어."


이런 말을 툭툭 던져 준다면, 뭔가를 억지로 하고 있다는 자체를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꽁한 마음이 약간 풀립니다. 그러면 상담자가 하는 그 다음 말들을 조금 더 귀기울여 듣겠죠. 삐딱했던 자세가 약간은 더 반듯해 질 수도 있고요.



동기가 낮은 내담자에게 일단 필요한 것은, 


상담자와 상담 자체에 대한 호감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야 싫어도 억지로라도 계속 상담에 참여 할테니까요.



동기가 낮은 청소년은 일단 상담자가 괜찮은 어른이고, 자기 편이 되어 줄 사람이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을 '라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상담에 대한 계약(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1. 제시간에 맞춰오고, 제시간에 끝낼 것. 

2. 정해진 시간 안에는 무조건 상담실에 상담자와 둘이 있을 것. 

3. 그 시간 동안 자기를 해하거나 상담자를 해하지만 않으면 어떤 행동을 해도 무관함.


4. 만약, 이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상담자가 기다리지 않도록,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말을 해줄 것.

예를 들면 못 간다거나, 늦는다거나 일찍 끝내달라거나.


와 같은 기본적인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자 타해 위협이 있을 땐 비밀보장은 지켜줄 수 없다는, 기본 윤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 줍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이것 만큼은 정확히 알려주되, 다른 요구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알려주고 난 이후 시간에는 자도 되고 핸드폰으로 오락을 해도 된다고 알려줍니다. 


물론, 어떤 이야기를 하든 들어준다고,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하라고는 해야겠지요. - 그리고 실제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들어주면 됩니다.



만약, 내담자가 진짜로 오락을 한다거나 자려고 할 때

상담자가 뭔가 불안하다거나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시간에 개인적인 시간이 덤으로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그러니 마음 놓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개인적인 업무를 봅니다.

-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담자가 무엇을 하는지, 뭔가 말하고 싶어하진 않는지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건 계속 합니다. -



상담 시간에 의미 있는 대화를 굳이 하지 않고 내담자에게 완전한 자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그 시간의 주인이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 본인임을 체험시켜 주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본인의 의지대로 굴어도 상담자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시켜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청소년 내담자의 동기가 낮을 때,


'이 시간은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은 시간이니, 뭐든 말해보라'고  말하라는 요구를 하기보다


넓고 안정적인 울타리를 튼튼하게 쳐주어, 상담자와 질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렇게 넓고 안정적인 울타리를 튼튼하게 쳐주는 과정을 통해서 상담자는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이면서 건전한 어른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 청소년이 건전한 어른과 관계를 맺는 첫번째 어른이 되어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그 청소년에겐 치료적일 수도 있습니다.



덧붙여서, 

보통 동기가 낮은 청소년 내담자는 변화에 저항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초반에 굳이 이런 청소년에게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기를 원하냐는 둥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서 상담에 대한 부담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상담자가 

아주 온화하고 평화로운 목소리로

이 시간엔 뭐든 말해도 좋으니, 생각나면 말 해보라고, 다 들어주겠다고 한다거나

따듯한 표정으로 

뭔가 좋은 변화를 만들어 보자고 하는 등 


우호적으로 다가간다고 하더라도, 동기가 낮은 청소년 내담자들은 drop out 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상담시간에 뭔가를 억지로 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계속 오도록 해서 상담자와 좋은 관계를 오래 맺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건설적인 변화 및 교육은 동기가 높은 부모님과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