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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9. 10. 22. 16:18

결혼한 부부의 첫번째 위기

또는 가장 처음 만나는 최대의 위기는

첫애 낳고 시작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냥 어느 부부의 말을 들어봐도,

첫애 낳고 1년 전후까지,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 감정적으로 많이 상하더라는.

 


근데 이게 여러 각도에서 너무 당연한 게,

부부는 각자

엄마나 아빠로서 살아본 적 없어서 이기도 하고
아내나 남편으로도 살아본 적 없어서 이기도 하다.

 

게다가 살면서 이 시기만큼 체력적+ 시간적 + 심리적으로(삼단콤보) 완전히 바닥나본 적이 있을까?

 

무엇보다, 갓난 아이가 만들어 내는 일꺼리는,

처음 당해보는 사람한테는 거의 재난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

그냥 많다.

갓난 아이가 있으면, 돌봐주는 어른은 돌봐주는 동안 만큼은,

자기만의 시간이라는 걸 거의 포기해야 한다

 


자, 보자. 그리고 첫 애를 고 키우는 부모는,

잘 하지도 못 하는 일을

책임지고 해야하는데

완전히 지친 날에도, 너무너무 하기 싫은 날에도, 육아를 포기할 수가 없다.

 

육아에는 퇴로가 없다.

 

또 있다.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한 거. 이게, 어떤 유형의 사람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주먹 울음)

 

그래서, 이미 이 시기를 겪었던, 또는 지금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이전의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고

슬퍼하고 아쉬워하는 건, 심지어 억울해하는 건 당연하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파괴됐으니까.

 

혹자는 비아냥 거리며 이렇게도 말한다.

 

"이정도 각오도 없이 애를 낳았어?"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오?"

 

그딴 거 해봤자, 무자비한 현실경험 앞에서는 부질없어진다

 

누군가에게 듣고 상상을 하는 것과 실제 경험을 하는 건 완전 다르다.

그냥 겪어봐야 얼마나 끔찍한 시간인지 알게 된다.

 


이 시기의 부부가

상황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내용은, 

예전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둘 중 하나라고 예전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려고 하면,

구조적으로 다른 한명이 뒷감당을 더 해야 한다.

 

그래서

부부 중 한명이 “힘들어”

했을 때, 다른 한명이 “나도 힘들어”

 

하면, 서로 빡칠 수 밖에없는.

왜냐하면, 한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나머지 한 명은, "그럼 쉬겠다는 거? 나더러 일을 더 하라는 거?"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게 맞잖아. 애를 둘이 같이 봐야하는 데, 한명이 쉬겠다고 하면 다른 한 명한데 다 하라는 거지 뭐.

 

거기에다... 애가 하나 생기면, 양가 부모님들의 관심이(간섭이) 부쩍 심해진다.

도와주려 하시는 게 분명 있는데, 선의로 시작된 도움(관심/간섭)이

관계문제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고...

 

그러니까,
첫 애 낳고 키우는 부부 중에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
나만 힘든가?
내가 부족한가?
나는 부모가 되기엔 별로인가?
나는 나쁜 아내 또는 나쁜 남편인가?

나는 왜 하필 저딴 배우자를 만난거지?

이런 생각들로 괴롭다면, 

 

그냥 지금 당신의 상태가

첫애 육아하는 부모의 기본값 상태라고..

 


설명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도

생활하면서 겪는 건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잘 못해내고
잘 못견디고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고

나도 참 싫고
애도 밉고
쟤도 밉고
부모까지 미워지는 지금 당신의 상태가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심심한위로를  전한다.

 

아니, 근데 막말로,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버거운 상황이지 않나?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내가 안 하면 애가 잘 못된대
내가 이 일들을 안 하면 가정이 무너진대

초등학교 2학년 아이한테 일년 동안 1학년 한 학급 담임하라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

 

부디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에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최대한 도움을 받고. 후에 기회가 될 때 보은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