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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톱 깨무는 버릇(nail biting) 고치기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6. 9. 22. 14:48

이제 30개월인 여아가 있습니다. 손톱을 깨물기 시작한 게, 한 8개월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 같네요.

 

처음에는 그냥 잘근잘근 씹는 정도였는데, 차츰 깨물어서 손톱을 뜯어 먹고, 나중에는 발톱까지 뜯어먹게 됐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점점 심해지기까지 두세 달 정도 걸린 거 같네요.

 

처음에는, 두돌 전후의 어린 아이니까, 이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해지는 걸 보니까, 어떻게든 개입을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위 어른 중에, 본인도 이맘때쯤부터 손발톱을 다 깨물어 먹어서 -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손발톱을 깎아본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이 말을 듣고, 정녕 아찔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 개입을 시작할 때는, 아이가 손톱을 깨물 때마다 주의를 줬습니다. - 별 효과 없었습니다. 지켜보고 있는 걸 알게 되니까, 안 보이는데 가서 몰래 뜯어 먹습디다.

손톱을 왜 깨물어 먹으면 안 되는지, 위생이나 미용 면에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반복 설명을 해줘봤습니다. - 별 효과 없었습니다. 말해 줄 때 뿐이었습니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서, 매니큐어도 발라줘봤습니다. - 매니큐어 발라진 채로 뜯어 먹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아이의 손톱 깨물어 먹는 증상(nail biting)을 자연스레 더 구체적으로 관찰하게 되고, 언제 두드러지고 심해지는지 파악이 되긴 하더군요. 사실, nail biting 자체가 불안과 관련된 증상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마음이 불편할 때 손톱을 뜯을 거라고 은연 중에 생각은 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벌써 그럴까 싶어서 무시했던 거였죠.

 

근데, 진짜 가만히 보니까 확실히, 뭔가 싫은 소리를 듣고 난 후에 더 잘근잘근 씹긴 하더군요.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후에 계속 입으로 손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왜, 요맘때쯤 아이들에게, 잠을 제 때 안 자거나 밥을 안먹으면, 망태할아버지가, 도깨비가 혼내준다고 협박하잖아요. 이런 이야기 들을 때, 정말 손끝이 부르트드도록 손톱을 물어뜯더라고요.

 

그래서, 한 세 달 전부터 꾸준히 이렇게 해봤습니다.

 

1. 다른 사람들이 손톱을 깎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어요. 그러면서

 "또깍또깍 손톱깎는 소리 듣기 좋다.", "긴 손톱 예쁘게 자르니까 너무 예쁘다."

"나는 우리 아가 손톱도 예쁘게 깍아주고 싶다. 이렇게 예쁘게 또깍또깍 소리 나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손톱 깎을 때마다 손톱 깎는 건 재밌고 좋은 일이고, 아이와도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2. 아이가 잠들기 전, 불끄고 누운 상태에서 잠들기 직전에 집중적으로 손톱을 물어 뜯는 걸 알게 된 후로

일단, 아이 입과 손을 분리하고

"나는 니 손이 너무 좋아. (난 아이 손을 정말 좋아합니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거 보면 신기하고 너무 귀여워요)"

"이렇게 작은 손이 움직이고 엄마 손 잡아주는 거 정말 좋아. 지금도 너무 예쁘지만, 손톱이 자라서 예쁘게 정돈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손에 뽀뽀해줬어요.

그리고 "엄마 손 잡아줘."라고 하고 아이 손을 잡았습니다. 일단, 손 하나라도 못 물어뜯게 하려는 생각도 있고,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자면 좀 안정감을 느끼겠다 싶기도 했고요.

손을 달라고 하면, 아이는 내 손가락 하나를, 푹 잠이 들때까지 꼬옥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간간이, 아이 손이 너무 예뻐보일 떄마다, 손이 너무 좋다고. 손톱이 자라서 예쁘게 정돈하면 더 좋겠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손톱이 이전과 다르게 조금이라도 자란 게 보이면, 너무너무 예쁘다고 뽀뽀해줬어요. 진짜 기쁘기도 했고요.

 

이렇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까, 손가락 보다 짧아지려하던 손톱이 제위치까지는 자랐습니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새끼손톱 끝에서 하얗게 길어져서 정돈이 필요한 상태까지 됐습니다.

 

그리고 한 세 달 정도 지난 지난 주엔 손톱 두 개를 손톱깎이로 또깍또깍 소리나게 잘라줬고,

이번주 초에 손발톱 20개를 모두 또깍또깍 소리나게 정돈해줬습니다.

아이가 너무 대견하고, 손이 정말 예뻐서 예쁘다고, 고맙다고 잘했다고 안아주고 뽀뽀해줬습니다. 그 순간이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아마 다음주 초쯤엔 또 손톱을 정돈해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nail biting이 있고, 이 습관을 없애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다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와 제 딸이 겪은 이 상황이 어떤 분들에게는 참고 내지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 이 글은 며칠 전 제가 작성한 트윗 타래를 추려서 재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