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보통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사는 게 고단한 당신을 위한 위로와 당부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9. 10. 15. 10:13

1.

다정함과 친절은 체력에서 나옵니다.

자꾸 싸우게 되거나 섭섭하거나 미안해지면, 우선 잘 자고, 잘 드시고, 가능하다면 근력 운동을 하세요.

 

2.

“불행”이 인생의 기본 값 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고,

웃고 있는 얼굴 뒤로 기구한 사연이 한 두 개 정도는 다들 있다는 거 모르지 않지요?

어느 순간 나를 웃게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다행입니다.

 

3.

나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렵거나 참 싫은 내 성격 중, 많은 부분은

누군가 나를 잘못 키웠거나, 내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기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성격의 많은 부분은 “랜덤하게” 유전됩니다.

 

4.

뭔지 모르게 억울해지고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자신의 선택을 점검해 보세요.

자꾸만 “억울해지는 선택”은 건강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지나고 나면 자꾸 억울해지는 일이 쌓이고 있다면
내가 억울해질 만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세요.

 

5.

나쁘게 생각하는 것도 습관일 수 있습니다.

나쁘게 생각하는 습관을 없애려고 하지 마세요.

좋게도 생각하는 습관을 새로 만들어서 밸런스를 맞춰요.

 

6.

습관을 새로 만들려면, 아주 억지스러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기 싫어도, 잘 안 되도 그냥 해야 됩니다.

이유식 처음 먹는 아이는 숟가락 쥐는 것도 서툴어요. 그렇다고 먹여줘 버릇 하면, 혼자 깨끗하게 먹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거에요.

필요 하다면, 그냥 해요.

 

7.

불안하고 우울하고 초조한 등등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은

당신이 고독하게 혼자 남겨지더라도, 당신과 함께할 친구들일 지도 모릅니다.

나쁜 감정들도, 당신에 의해 당신을 위해 당신이 만든 것들입니다.

예뻐해주시고 친해져봐요.

 

8.

감정이나 습관에서, 중요한 건 밸러스입니다.

나쁘고 불편한 게 너무 많은 게 문제가 되는 건, 좋은 게 별로 없어서 이기도 합니다.

나쁜 걸 없애려는 노력보다, 좋은 걸 늘리려는 노력이

더 효율적이고 건전하며 부작용이 적습니다.

 

9.

거울에 비친 나조차도, 내 마음에 쏙 들지 않고

내 마음도 내 행동도 내 건강도 내 맘같기 어렵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다른 사람에게 “굳이 말을 해야 하나?”, “쫌 알아서 도와주지”라고 생각하는 건,

거의 기적을 바라는 겁니다.

 

10.

우리를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사람 중 으뜸은 가족입니다.

보통 가족은,

옆에 없으면 그립고,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지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 대체로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에게 그런 가족입니다.

 

11.

가족이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 누구도 당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도 그렇구요.

그리고 당신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12.

희생과 양보는 당연한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를 받았다면, 고마워해요.

마음에서 감사가 우러나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당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13.

혹시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희생과 양보를 (당)하고 있다면,

당신은 피해자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 입니다.

실제적인 피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양보와 희생을 선택한 이유가 “혼나는 게 싫어서” 또는 “관계에 갈등이 표면화 되는 게” 싫어서 인 경우도 있습니다.

 

14.

섭섭함과 실망은 “기대”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섭섭해지기 싫고 실망 때문에 괴롭다고,

기대를 낮추려고 하거나 기대 자체를 안 하려고 하지 마세요.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큽니다.

기대를 '현실화' 하세요.

 

15.

혹시라도 누군가가 내 부탁을 들어주긴 하는데,

찌그러진 표정을 보이거나 사족이 많은 분이 당신의 은인입니다.

원래 우리는,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제일 싫어요.

싫은 데도 뭔가를 억지로 해준다는 건

그야말로 우리의 관계 또는 나를 위해 희생해주는 걸 거에요.

 

 

16.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관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는 당신은, 위대합니다.

 

17.

슬프고 아플 때에도,

일상을 유지하면서 주위 사람들까지 생각하는 당신, 참 대단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는 희생과 양보를 하면서,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는 세상살이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 이 글은 일전에 제가 트위터에 적었던 타래를 정리, 수정한 것입니다.

이 타래를 엮어서 만든 책이 발간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그래도 사는 동안 덜 괴롭고 싶다면' 입니다. 2024년 8월에 '미래의 창'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e-book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