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보통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독립 과 의존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6. 6. 13. 02:01

독립과 의존은 흔히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아마도 동일 차원의 양 극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 같습니다.

 

 

하지만, 독립과 의존은 서로 차원이 다른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독립성과 의존성이 모두 높을 수 있고

반대로 독립성과 의존성 모두 낮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려본다면, 이렇게 그려볼 수도 있겠네요.

 

 

'독립심'과 '의존성'은 사실, 심리적인 발달 면에서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둘 다 적절히 잘 발달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그러니까

 

독립심과 의존성 모두 잘 발달한 - 잘 갖춰진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입니다. 대체로 제대로 의존해본 사람이, 독립도 제대로 합니다.

 

완전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이를 편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홀로서기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 속에 든든한 비빌 언덕이 있는 사람은, 그걸 믿고 독립심을 키워갑니다.

 

 

 

반대로,

독립심과 의존성 모두 부족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발달이 미진한 사람입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다른 누군가에게 완전하면서 안전하게 기대본 경험이 부족하면, 의존하는 능력이 건강하게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에, 독립심이 건강하게 발달하는 것도 어렵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겉으로는 강인하고 조숙해 보이지만, 험하고 거친 세상을 홀홀단신 - 누군가의 도움도 전혀 기대하지 못한 채 '고군분투'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독립심과 의존성이 다 잘 갖춰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에 따라서 독립적으로 행동할 건지 의존을 할 건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리 의존과 독립하는 능력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판단력에 문제가 있으면 부적절하고 부적응적이겠죠.

 

 

요약하면,

독립심과 의존성이 고르게 잘 갖춰져 있으면서, 이를 상황과 상대방에 맞게 자신의 태도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건강한 겁니다.

 

 

 

 

우리는 흔히, 특히 요즘은 '독립'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의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본인이 힘든 일을 겪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립심이 부족해서 남에게 기대려 한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덜 자라서, 건강하지 못해서, 무능해서 라고 자책할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들 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게 적응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에 대해 구차하게 여긴다거나 수치스러워한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건 '너무 독립적'이어서가 아니라, '의존성이 부족'한 것입니다.

 

 

정말 힘이 들 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적응적인 겁니다.

 

다른 누군가가 진짜 힘든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그 사람을 한심하게 여긴다면, 아마도 '의존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의존하는 능력이 잘 갖춰져야 다른 사람이 내게 의지해 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너무 독립을 중요하게 여겨서 '의존'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내게 의존하는 누군가가 싫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너무나 독립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의존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독립심만 강조해서 '고군분투'하는 어른이 되어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흔히 말하는 '누구의 마음에나 있다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한 아이겠죠.

 

 

너무 힘이들어서 쉬고 싶을 땐, 누군가에게 과감하게 도움을 청하고 의지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또 기회가 되면 은혜를 갚고, 다른 누군가가 내게 의지하는 걸 기꺼이 받아 주고.

그렇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 닳고 닳은 표현처럼 그렇게 더불어 사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