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사과를 하거나 받아야 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사과를 해보기도 했고, 사과를 받아보기도 했을 겁니다.
헌데,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받았던 대로, 또는 배웠던 대로 사과를 해서, 자신이 하는 사과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는 사과를 받을 때도, 상대방의 어떤 말, 행동, 태도 때문에 사과를 받아들이게 되고, 또는 사과에 더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하는지... 생각하지 않기도 하죠.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비교적 괜찮게 사과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꼭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이 조금은 더 든든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그러면 사과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비교적 괜찮게 사과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먼저 해봅니다.
1. 누구를 위해 사과를 하는 가.
2. 사과의 목적은 무엇인가.
3. 사과를 왜 해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이 생각이 쉽게 떠오를지... 궁금하네요. ^^
이 세 가지 질문은 '사과'의 본질을 탐색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 무엇을 위한 사과인지 간단명료한 답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1. 누구를 위해 사과하는가의 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사과를 받는 사람이죠. '사과'는 철저하게 사과를 받는 사람을 위한 행위입니다.
사과하는 상황에서, 사과를 하는 사람의 입장은 부차적입니다.
심지어 사과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과를 하는 사람의 입장 따위 고려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럼,
2. 사과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약간의 정성어린 고민이 필요합니다만, 사실은 명쾌하고 단순합니다.
사과의 목적은, '나의 행동/태도 때문에 피해를 입었거나 마음이 상한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 입니다.
이게 바로 사과의 단순하고 당연한 이유 입니다.
그렇다면,
3. 사과를 왜 해야 하는 걸까요?
이것 역시.. 숙고가 필요한 질문입니다만, 답은 진짜 단순합니다.
두 사람의 우호적이고 원활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 중 한 쪽 또는 둘 모두 마음이 상한 상태로 유지되면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걸 방해할 순 있겠죠.
그러니까...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굳이 (괜찮게)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되겠죠... 심하게 말하면.
또는... '지금 당장은 별로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 싶을 때는... 사과를 안 하는 편이 낫겟죠.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요약하면,
'사과'는 '나의 행동/태도 때문에 피해를 입었거나 마음이 상한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어, 두 사람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말 또는 행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까이, 친하게, 우호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싶은 상대에게는 딱히 미안한다는 말을 못하겠더라도, 속으로 미안함이 우러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나의 행동이나 실수, 태도, 말 때문에 그 사람이 피해를 입고 마음이 상했다면, 이걸 풀어주려 하는 일체의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겠고... 굳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게 바로 '사과'가 되겠죠.
반대로,
단지 면피하기 위한 인사치레나 갈등 중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말로만 (영혼 없이) '미안하다'고 하는 건,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말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사과는 아니라고도 볼 수 있고요.
물론, 자신도 기분이 언짢아 있는 상태라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하겠습니다.
'나도 화났는데, 왜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 돼?!'
사실, 이런 경우는... 상황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뭘 하려고 애쓰는 것 보단, 좀 기다려 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감정이 상하기 전에 누군가가 조금은 더 괜찮게 사과를 한다면... 갈등이 줄고 서로가 입을 마음의 상처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 실생활에서 '비교적 괜찮게 사과하기'를 써먹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좀 높여보기 위해
예시를 좀 들어볼까 합니다.
이건 단지 예시 상황입니다만, 다른 상황에서도 이런 식의 '사과'가 응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일반적으로는 아래의 두 가지 대사로 사과를 하게 됩니다.
(1) (차가 밀렸다, 이전 일이 늦게 끝났다) 늦어서 미안하다.
(2)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두 개의 문장 중, 어떤 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듭니까?
아마, 당연히 (2)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가 더 나아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연스럽게 (1) 늦어서 미안. 이라고 하고 (2) 많이 기다렸지.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뭐, 이렇게 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2)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면,
자신의 시간을 손해본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미안해 한다는 걸 전달하게 되니까 괜찮습니다.
자, 보통 이럴 경우, 상대방이 마음이 풀어지면, '뭐 많이 안 기다렸어.' 라든가, '딴 거 하느라 지루하지 않았어'라고 대꾸를 해주던가, '왜 이렇게 늦었어.'라고 넌즈시 해명할 기회를 줍니다.
자 이 때, '차가 막혀서' 라든가, '일정이 늦게 끝나서'라든가로.. 늦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여기에, '니가 늦었으니까, 담에 뭐 해줘.' 라든가 '오늘 술을 사' 라든가로 보상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해명할 기회와 보상할 기회를 줄 상대방에게 감사를 전하면 우호적이고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갈 수 있겠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예시는, 어디까지나 그냥 예시에 불과합니다만, 그래도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흐름은 충분히 담겨 있으니, 응용도 가능하겠죠.
이 과정을 요약 하면,
상대방의 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이에 대해 사과를 하면
-> 대체로 상대방은 마음이 쪼금 풀려서
-> 왜그랬어? 라고 이유를 물어봅니다.(라고 쓰고 변명할 기회를 준다고 읽는다)
-> 자, 이 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주면 되죠.
-> 그럼 상대방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납득이 되면 마음이 조금 더 풀리죠. 또는 말끔하게 풀어질 수 있겠죠.
사과를 하는 과정이 언제나 훈훈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사과'를 꼭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과하는 방법'을 검색해서 이 글을 일게 되었을 때,
사과를 하는 방식 뿐만이 아니라,
나 때문에 언짢아진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줄까?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와 같은, 사과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면, 둘 간의 관계가 회복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사과할 때 중요한 건, '미안하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는 거니까요.
단, 사과를 할 때 분명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과를 받을 사람이 사과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엔 마음이 너무 상해서 사과를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요. (이런 감정상태는 누구라도 경험해봤을 법 합니다)
이럴 땐, 사과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선행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 이건 고도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을 상태가 아닐 때,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마음 상하고 토라지는 건....
사과를 받았어야 할 상대방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도저히 이해해주기 싫은 행동이죠.
이해를 못하는 게 아니라 해주기 싫은 겁니다.
부디 이 내용이 '사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보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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