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쯤 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언니와 나에게 일기장을 선물로 주셨다.
당시엔, 별 생각없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일기를 쓰는 건 하루를 마무리 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한창, 일기 쓰는 게 재밌었을 때는 "이 일기 나중에 책 내면 재밌겠다. 안네 일기 같이" 와 같은 거창한 꿈(거의 망상 수준ㅋㅋ)도 꿨었는데, 한 1~2년 쯤 지나서 일기를 다시 봤을 땐, 첫 장을 넘기지도 못했다.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오글거려서.
어쨌거나, 매일 일기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도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어떤 날은 진지하게, 어떤 날은 유쾌하게. 어떤 날은 짧게 몇 줄, 어떤 날은 길게 몇 장.
아마도 그 이후엔, 정말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싸이월드 광풍이 일어, 뭔가를 '기록' 하는 게 꼭 일기장이 아니어도 되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했기 때문에, 일기를 아주 뜨문뜨문 썼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을 한 이후로는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일기를 쓸까말까 하고 있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이야, 트위터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형식만 바뀌었을 뿐이지, 여전히 난 나의 일과를, 잡생각들을 기록하고 있는 건,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고, 그걸 글로 기록하는 건, 나에겐 아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를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고, 그걸 글로 정리하는 내가 좋다.
한동안,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정말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생각을 정리하고 그걸 글로 정리할 만한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없다는 거였다. 그냥, 이것만 해도 나는, 조금은 더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고 편해질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짧게라도, 간단한 내용이라도 생각하고-정리하고-글을 남길 수 있게되어서 참, 다행이다.
심리학에 관심있는 중고생이나, 본격적으로 임상이나 상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분들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냐고 질문을 할 때,
나는 '일기를 써봐요.'라고 답을 해줬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심리-특히, 상담이나 임상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기를 써보세요."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게 되든, 일기를 쓰는 습관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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