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상담 교육 덕분에 그놈의 “권선징악”이 얼마나 나쁜 이념교육인지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놈의 “권선징악” 때문에, 나쁜일 하면 언젠가라도 천벌을 받는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는데, 은연중에 나도 그런 생각한다는 게 소름.
그놈의 권선징악 때문에 범죄피해자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나쁜일(징벌) 당한 거겠지” 라고 생각해버리는 흐름이 생긴다고 한다. 정작 가해자는, 본인이 (처벌받을만한)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없다고 하고. 더 나아가 자긴 나쁜 일을 당하지 않았으니까 잘 못 한 게 없다는 주객전도 논리도 가능하다고 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흔한 논리와 변명이
“쟤가 맞을 짓을 해서 내가 벌 한 거니,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이런 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거고, 자긴 잘못이 없는, 그럼에도 가해자로 지목돼 억울한 사람으로 생각해버리는 식이다.
이게 참, 진짜 권선징악 스러운 논ㄹ라는.
'쟤가 나쁜 일을 당한 걸 보니, 벌 받은 거 같고, 쟤가 잘못하긴 했나보네'
'나는 나쁜 일을 당하진 않을 걸 보니, 잘못이 없다는 거 아냐?'
결국, 우리가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건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건 벌이 아니고
가해자의 가해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 뿐이라,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예방하려면, 가해하지 말라는 거
어린아이들에게,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고, 잘못을 하면 언젠가 천벌을 받는다고 가르치는 게 옳은 걸까,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정말 따지고 보면, 권선징악, 그거 사실 진실도 아니잖아?
권선징악으로 계몽을 하면서도, 너무 착하면 당한다고도 하고.
그리고 지금은 진짜 나쁜 놈은, 처벌도 안 받는 세상이기도 하고.
진짜 나쁜 놈이 합당한 벌 받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결국, 나쁜 짓이랑 벌받는 거랑, 사실 별 상관이 없잖아. 그냥 힘없고 만만한 사람들이 나쁜일 당하는 거지.
무엇보다,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는 건, 천벌이 아니다.
그냥 랜덤하게 벌어진 일이다. 불운한 일은, 말 그대로 불운한 일일 뿐이다.
여담이지만, 제발 가해해놓고 하느님께 용서 받았다고 마음의 평화 얻지 말길. 이것만큼 웃기는 말이 없다. 용서는 피해자한테 구해. 하느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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