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생각

지천명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0. 9. 26. 10:35

성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관은, 결국 성공을 해도 또는 실패를 해도 그 효용을 다하는 시기가 오는 거 같다.

원하는 걸 다 이뤘는데도 공허하다면

이젠 효용을 다한 가치관을 교정하거나 확장하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보통 그 시기가, 50대 전후로 오는 것 같다.

괜히 지천명이 아닌 듯..

생의 가치를 "쓸모"로 따지는 가치관은

언젠가 야박하고 비인간적인 바닥이 드러난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지, 꼭 쓸모가 있어야만 살 가치가 있는지

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린 늙어가고, 쓸모가 없어지는 시기가 찾아올테니까.

나는 이 주제가 참 슬프고 아프다.



이 주제는
우리 엄마 아빠가, 나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도, 그러니까 세상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도

그냥 오래오래 살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과 연결돼있기 때문인 거 같다.

삶과 죽음은, 내가 노력을 해도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고 해도, 어차피 그렇게 흘러가니까. 결국은 담담히 받아들어야 하는 거니까.

이것은 마치,
바람이 아주 세게 불고 비가 많이 오고
자연 현상이 주는 어떤 위압감이 있는데
그냥, 딱 압도되는 그 느낌.

그 때 느끼는 무력감, 공포, 슬픔, 경외 이런 거랑 닿아 있는 감정이고, 그 주제다.

그래서 요즘은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너무 슬프고 무서운 기분이 든다.

아빠 돌아가시고 나고 부터.


정말 구태의연한 표현인데

'삶의 무게' 같은 거.

난 가볍게 살고 싶었는데.

삶은 가벼울 수가 없는 거였던 것 같다. 애초에.

이런저런, 예전엔 하지도 않았던 고민들까지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