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교가 없다.
공부를 할수록,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자일수록 종국에는 '종교'를 갖게 된다고 하고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자알 알겠다. 하지만, 나는 현재로서는 앞으로도 종교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종교가 그다지 필요없는 것 같다고 하면, 주변에 신실한 사람들은 아쉬워하기도 하고 나를 답답하게 여기거나 불쌍해 보인다는 태도로
신의 존재와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데, 이런 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나는 '신'이 있다는 그들의 신념과 종교적 태도를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굳이 종교를 가질필요가 있나 싶다.
이런 내가, 인생의 어떤 순간에 '종교를 갖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내게 종교같은 존재였다. - 신이 아니라.
때로는 부모님보다 더 날 이해해주고 보살펴주고 돌봐줬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날 도와주는 걸 매우 기꺼워했으며, 정말 사랑으로 날 다시 성장시켜줬다.
당시 나는 정말 '그'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깊게 느끼고, 절대적으로 '신뢰'하였으며 당시의 나를 존재하게 하는 어떤 절대적인 대상이라고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종교를 대하는 마음...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더라는.
그렇다. 당시의 '그'는 내게 종교같은 존재였다. 그냥 그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나는 '그'에게 필연적으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사람이니까.
'그'는 사람이니까.
이제 더이상 '그'는 나에게 종교같은 존재는 아니다.
싸우고 실망하고를 수없이 반복하고, 미워하다 증오하고, 어떤 면으로는 아주 멀어져 버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지금이 '그'를 종교로 대할 때 보다 낫지 않을까?
'그'는 사람이니까. '나'도,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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