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할 수 있는/형식 없는 감상평

[영화] 스틸 앨리스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3. 5. 23. 12:57

 

얼마 전, 기억의 뇌과학을 읽었고, 이 책의 저자인 리사 제노바가 쓴 소설 '스틸 앨리스'가 영화로 있다고 해서 시간을 내서 보았다.

영화는 딱 기대했던 대로, 영화 소개를 해주는 사람들의 말 대로, 담백하고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어렵지 않다. 슬프지 않다. 담담하게 병과 싸우는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알츠하이머가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일상에 많은 변화들이 생기고, 사소하지만 할 수 없는 활동이 늘어남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유머를 잃지 않고 담담하게 연설을 하던 모습과 연설의 내용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들은, 병을 앓는 게 아니라 병과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병과 사람을 분리하기 어렵지만, 병이 그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앨리스의 연설을 늘 염두에 두고 살고 싶다.

 

앨리스의 막내 딸(크리스틴 슈트어트)이 마지막까지 엄마를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 외 가족들은 중대사에서 앨리스를 배제하는 등, 앨리스의 병이 진행됨에 따라 앨리스를 무능한 약자, 환자로 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막내 딸과 다른 가족이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나름대로의 배려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도 좋았다. 누구의 방식이 더 옳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왠지 내가 앨리스였다면 그냥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것 같긴 했다. 배려와 보호를 받는 것도 좋지만.

 

기억을 다 잃고, 내가 누구라는 감각을 잃게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누군가로부터 이쁨받았고, 나를 예뻐하고 내가 예뻐했던 누군가와 함께였다는 경험은 두고두고 오래오래 잊지 않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