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보통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자녀 교육 책 낸 심리학자 엄마도 제 자식은 마음대로 못한다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3. 1. 2. 19:21

"자녀 교육 책 낸 그 여자도, 제 자식은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하던대요."

 

아동, 청소년의 부모 상담을 하게 되면, 가끔 듣는 말이다.

 

꼭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는 선생님은 애 있어요? 그 애가 선생님 마음대로 되던가요?"

 

뭐, 이런 식이다.

 

 

사실, 심리학을 전공한, 그것도 임상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를 하는 여성이, 사실은 발달 심리학을 전공하면 더 할 것 같긴 하지만,

 

앞으로 아이를 낳아서 키울 생각을 할 때면, 여러 각도에서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다. 스스로도 왠지 보란듯이 아이를 잘 키워야 할 것 같고

 

주위에서도 "저 사람은 자기 애를 어떻게 키우나" 하고 눈여겨 볼 것 같은 압박감.

 

행여내 내가 키우는 애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품행이 나쁜 애가 된다면?

 

이런 가정을 해 볼 때까 있고...

 

그러면.....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런저럭 걱정을 다각도로 해본다.

 

 

서로서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나 이런 것 때문에 애 낳아서 잘 키울 자신이 없다." 라든가, "내가 잘 못키우면 다 헛배운 거 아니야?" 라든가.

 

 

어느 날인가, 나도 비슷한 질문을 선배에게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주위에 있는 엄마들은 어때요? 애는 잘 키우고 있대오? 부담감은 없대요?"

 

선배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나 보더라. 친구 딸이 중학생인데,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문제 일으키기 시작한다고."

 

나는... "아....." 그렇구나 싶었다.

 

다시 선배는 "그래도 대처는 빠르대. 일단 아이가 뭔가 달라졌다는 것도 금방 눈치를 채고, 빨리 물어보고 필요한 조치 취하고. 그런 건 빠르다고 하더라.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

 

나는... "아! 맞다. 우리가 부모교육 때 하는 게 그거죠!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가정에서 가능한 효율적으로 잘 대처하실 수 있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청소년과 아동,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나 상담, 교육을 하는 심리사들은 어떻게하면 문제가 안 생기는지 예방적인 차원에서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일단 문제가 있다면 그 이후 문제를 최소화 하는 개입을 한다.

 

 

무엇보다 심리사들은 주변 사람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일단 민감하게 알아채고 그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배워웠고 훈련받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심리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 동생, 언니, 친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인간으로서, 더 중요한 깨달음은, 특히 "엄마"로서

 

다른 사람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심리사라도, 나 자신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된다. - 이건 진리다 -

 

다만,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배워나가는 사람이다.

 

 

많은 "엄마"들의 착각은, 자기 자식은 자기 뜻대로 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은 엄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자식은, 자식의 의지와 욕구대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자녀의 선택과 욕구를 무시하고 엄마의 생각과 욕구를 자녀에게 강요하면,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첨에 "선생님 같은 분들은 마음 먹은대로 애가 잘 큰대요?" 라고 물으면, "네, 그럭저럭 잘 키우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없게 얘기 하면서 그 주제에서 벗어나려고 이야기를 수습하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휴. 그렇게 안 된다고들 하시죠. 애들은 원래 엄마 마음대로 안돼요. 어머님은 어머님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든가요? 자녀가 엄마 뜻대로 될 거라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착각입니다." 라고

 

말문을 트고, 그 다음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래 자식은 엄마 마음대로 크지 않는다.

 

그러니까 심리사 엄마가 키우는 애들이, 그 엄마 뜻대로 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욕구와 의지 가치관 책임이 있다.

 

엄마는 아이가 이런 것들을 건강하게 갖출 수 있도록 건전한 바탕을 마련해주고 지원해주는 대상이지

 

대신 정해주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상담사를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하는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이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엄마는 충분히 존경받고 인정받아 마땅하다.

 

다만, 내 아이는 내 뜻대로 자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게 무의식적이던, 의식적이던 -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아이에게 "간섭'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어머니는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아이는 "간섭"이라고 여긴다면

 

엄마가 사랑을 표현할수록 아이는 엄마가 갑갑하다고 느끼는 형상이니

 

이는 가히 서로의 관계를 해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자라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자녀 사이에는 필요가 없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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