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 웹툰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내용흐름이나 에피소드 배치의 순서가 원작 그대로라, 그냥 원작 웹툰을 콘티로 쓴건가 싶을 정도 입니다.
특히, 주연 배우 3명은 웹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비쥬얼을 잘 구현(?)해 줍니다. 그 중에서도 리해진역의 이현우는 그냥, 리해진입니다.
개봉 첫 날, 소녀관객이 엄청 들었대서 표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표는 어렵지 않게 구했고, 명당이었습니다.
근데, 왠걸.. 분명 영화 시작 전 밖에서 대기할 땐, 중삐리 고삐리 여학생들이 있긴 했는데, 막상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와 아주머니들 단체관람 이라니!
영화 시작 전,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의 왁자한 수다에.. 걱정이 앞섭니다.
이분들... 영화 볼 때도 이러시면... 영화의 재미를 떠나..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ㅡㅡ
- 하지만, 다행히.. 영화 보실 땐 말씀들은 없으셨고, 대신 영화가 신파조로 진행될 땐,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역시... 그 분들에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결말이긴 하지요.
굳이,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불평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런저런 비판글이 많습니다.
딱 봐도, 뭐, 평론가들에겐 완전 유치한 오락영화..죠. 쩝.
원작 웹툰 자체도...
설정은 재미 있으나, 흐름의 개연성이 좀 헐거워서 설득력이 부족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이 웹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싸움 장면은... 사실 좀 지루하긴 합니다. 이 싸움은 사실 싸움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의 명분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냥 "싸움을 위한 싸움"인가 라고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처절해질수록.... 읽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그래도.. 뭐, 웹툰이니까 천천히 스크롤을 올리면서, 필요하면 다시 한 번 보기도 하면서 곰곰히 생각이야 하면, 주인공 원류한의 감정이나 생각이 이해가 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긴 합니다. 뭐,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그럭저럭 이런저런 상상을 보태면, 이해도 되고 동정심도 생깁니다. 다만, 이건 내가 스크롤을 조정하면서 흐름을 진행할 수 있는 웹툰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 밖에도 웹툰 내에서의 시간흐름의 비현실성 같은 건 대충 판타지로 때워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상황이 시간흐름과 함께 구현됩니다.
마지막 부분, 아, 그 왜 통장 보는 장면!
이 장면을 시간이 함께 비춰지는 영화로 보니 갑자기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약간 손발이오골오골 합니다.
- 김수현이 2초를 2분 처럼 쓰는 마술을 쓰지 않고서야, 그런 상황은 가능 하지 않다고 봄.
웹툰에서의 설정이나 서사를 차용하는 것까지만 하고
영화에서의 장면 설정의 순서는 영화에 맞게 재구성을 했으면 좋았겠다 싶더군요. 정말. 진심.
너무 웹툰에 묻어간다... 싶었습니다.
참고로.. 이런 시간 흐름 설정의 미스매치(?)는 웹툰이 원작인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싸우는 장면에서, 소리만 들으면 뼈가 부러지고 관절이 다 꺽여서 한 방이면 못 일어날 거 같은데 벌떡 일어나고 계속 싸우니, 반시체 상태로 아픈티도 안 내고 싸우나 싶었습니다. 뭔가 타격 소리 음향 효과가 좀 강한 거 아닌가 싶더군요.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냥저냥 별 생각없이 시간 보내기 좋은, 딱 오락영화 입니다.
덧1. 웹툰은 다 보고 나서도 원류한 살아 있는 거 아냐? 뭐 이런 미련이 남는데, 영화보고 확실히 결말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총 맞고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 수가 없겠더군요. 쩝.
덧 2. 이 웹툰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주인공 역할을 탐낸 남자배우들이 많았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고, 김수현도 정말 원해서 이 역할을 맡았다고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럴만 하다 싶긴 했습니다.
쌈도 잘해 몸도 좋아, 충직하고 리더십도 있어, 효심 깊고 온정적이야... 게다가 동네 바보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완전 매력있는 역할입니다.....
근데, 맹점은... 리해진이 더 눈에 띄네요..... 쩝.. 역시 사람은 너무 완벽해버리면 접근성이 떨어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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