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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 : (상담 사례 개념화에서) FBS, TRT의 관계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3. 5. 17. 12:22

심리검사 슈퍼비전을 진행할 때, 정말 자주 묶어서 언급하는 척도가 FBS, TRT 입니다. 특히 상담을 앞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례이거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의 경우에는 꼭 묶어서 확인하는 척도가 FBS, TRT 입니다.

이 두 개의 척도는 각각 타당도 척도와 내용척도에 있어서, 해석면에서 임상척도나 다른 내용척도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충 훑어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거나 아예 상담과 관련해서 이 척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FBS, TRT 척도를 묶어서 해석할 수 있으면 상담의 전체적인 방향과 과정을 설계하는 데 거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FBS, TRT 척도를 묶어서 해석할 수 있으면 이번 상담에서 상담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상담의 진행 속도를 예상할 수 있기도 합니다.

 

FBS, TRT 척도를 묶어서 해석하는 게, 어떤 점에서 상담 사례 개념화에 유용한지를 납득하려면, 우선 FBS가 2차 이득에 민감한 척도라는 걸 잘 기억해야 합니다.

2차 이득이라는 표현은, 상담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일찍부터 어렵지 않게 배우고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2차 이득은 Secondary Gain 그것입니다. 세컨더리 게인이요. 참 희안하게도, 분명히 배웠는데도 영어로된 표현이 익숙하면, 같은 뜻인데도 한글로 쓰면 더 어색하거나 마치 모르는 단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암튼, FBS 척도는 태생적으로 2차 이득에 민감한 척도입니다.

 

근데요, 2차 이득이 있다는 건,  애초에 1차 이득이 있다는 것이지요.

심리와 관련된 현장에서 말하는 1차 이득과 2차 이득은 (심리) 치료적인 당면 또는 상담 장면에서 (증상이나 어려움에 대해 보고하고 환자나 내담자가 되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심리와 관련된 현장에서 (증상이나 어려움에 대해 보고하고 환자나 내담자가 되어) 얻을 수 있는 1차 이득은 증상의 완화, 고통의 감소, 심리적인 성숙 및 성장 입니다.

(증상이나 어려움에 대해 보고하고 환자나 내담자가 되었을  얻을 수 있는)  2차 이득은 1차 이득을 제외한 모든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2차 이득으로는 아프다 힘들다 나는 환자다를 명분으로 면피(책임 회피)를 하는 것입니다. 관심이나 애정도 흔히 떠올릴 수 있는 2차 이득이지요. 마지막으로 돈이 있습니다.

MMPI-2는 FBS 척도를 통해, 2차 이득에 대한 관심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TRT를 통해 1차 이득에 대한 관심도 수치화 해줍니다.

 

TRT 척도는 부정적 치료지표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그 중 TRT1은 낮은 동기를 보여줍니다. TRT1에서 말하는 낮은 동기가 바로, 1차 이득에 대한 낮은 동기 입니다. TRT1이 상승한다는 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을 마음이 없다가 아닙니다. 단지, 1차 이득에 대한 동기가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료적 과정 또는 상담을 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게 증상의 완화, 고통의 감소,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심리치료를 왜 하고 상담을 하는 이유가 뭐가 있는지, 의아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2차 이득에 대한 관심여부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TRT 1은 1차 이득에 대한 관심 - 높으면 1차 이득에 관심 없음

FBS는 2차 이득에 대한 관심 - 높으면 2차 이득에 관심이 많음

 

(1) 낮은 TRT1, 낮은 FBS - 상담 또는 심리치료적 과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고통을 줄이고 개인적인 성숙을 도모하는 과정에 부드럽게 진입할 수 있다.

(2) 낮은 TRT1, 높은 FBS - 상담 또는 심리치료적 과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고통을 줄이고 개인적인 성숙을 도모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 말고도 이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더 있을 수 있다.

(3) 높은 TRT1, 낮은 FBS - 상담 또는 심리치료적 과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고통을 줄이고 개인적인 성숙을 도모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다지 이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통해 다른 걸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4) 높은 TRT1, 높은 FBS - 상담 또는 심리치료적 과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고통을 줄이고 개인적인 성숙을 도모할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다른 건 얻고자 한다.

 

아무래도 (1)의 경우가 상담 과정이 가장 수월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 상담 초반 상담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상담과정이 비교적 무난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을 겁니다. (2)의 경우, 많은 내용을 상담에서 다루게 될 수 있고, 상담이 산만하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3) 상담과정에서 합의된 목표가 아주 뚜렷하지 않다면 상담에서 뭘 하는지 모르고 어영부영 겉도는 이야기를 한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4) 이 경우는 상담이라는 과정 자체가 안전하고 위협적이 않은 과정임을 체험적으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위 진도를 빼는 상담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치료적인 과정으로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drop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이, MMPI-2를 이용하여 사례 개념화를 하는 선생님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