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종류는 다양하다. 그리고 보통 놀이는 경쟁하는 - 그러니까 결국은 누군가가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결말이 나는 방식의 놀이가 많다. 만국 공통의 잡기놀이, 술래잡기며 줄다리기, 실뜨기, 제기차기 같은 전통놀이나 공기놀이, 고무줄, 딱지치기, 제기차기 같은 옛날 놀이들 모두 모두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나온다. 장기, 바둑, 체스, 화투나 윷놀이 같은 보드게임이나 요즘에 새로 나온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도 보면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나오는 게임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는 근본적으로 '놀이'의 속성을 공유한다. 공동체의 발전과 공존에서 '스포츠' 자체가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알고 있고, 이점에 대해 완전히 동의한다.
그러니까, '놀이'는 같이 놀면서 승패를 가르는 활동이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이 되어도 둘 다 재밌을 수 있다. 함께 논다고 해도 승자와 패자를 결국을 갈라야 한다. 이러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고, 이 팽팽한 긴장감이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것보단 승패를 가를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놀이가 더 재밌다. 그리고 둘이 노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노는 게 더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한 결같이 이야기 하는 게, 오목을 두더라도 컴퓨터와 싸워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상대방 - 사람과 승패를 가리는 게 더 재밌다고 한다.
놀이에서는 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놀다가 지면 결과에 승복하기 쉽고, 무엇보다 놀이니까 재밌으면 그만이다. 놀이니까 재밌으면 또 한다. 그리고 마냥 지는 법은 없으니, 또 하면 다음엔 이길 수도 있다. 놀이는 실력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운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다. 놀이의 결과는 실력과 운이 좌우한다.
아무리 놀이라고 해도 지기만 하면 재미가 없고 화가 난다. 이렇게 너무 이기는 데만 치중하면 마음이 상하기 쉽다. 그렇다고 이길 마음이 없으면, 긴장감이 덜 하니까 재미가 떨어지고, 이렇게 이길 마음이 없는 사람이랑 같이 놀다보면, 같이 노는 사람까지 재미가 줄어든다. 다양한 놀이를 매번 잘하면서 이기는 사람은 드물긴 하지만, 어떤 놀이든 했다하면 다 잘하고 이기는 애랑은 의외로 같이 놀기 싫을 수도 있다. 오히려 모든 놀이를 다 못 하는 애가 있으면, 깍뚜기라도 시켜서 같이 놀기도 한다. 그래서 놀이는 밀당이 중요하다. 이겨야 할 때 이기고,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때를 잘 알고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리고 마냥 노는 것 같더라도, 같이 놀다보면 더 똑똑해지고 민첩해지고 눈치가 생긴다. 놀이의 규칙을 지키다보면 '규범'이 내재화 된다. 그리고 친구랑 같이 놀다보면 친구랑 더 친해지기도 한다. 그냥 재밌자고 노는 건데, 이 '놀이'로 얻는 건 재미가 다가 아니다.
'놀이'는 여러 면에서 현실의 축소판 같다.
요즘은 공동체 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데, 이 공동체가 굴러가는 과정이나 원리에서 '놀이'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그냥 서로 같이 놀다 보면,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재밌을 수 있는 게 놀이다. 경쟁과 협동이 놀이 안에 있다.
공동체 안에서 이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 함께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이겨서 주인공이 될지, 적당히 해서 공동체의 조화로운 일원이 될지, 내가 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런 각도에서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 주변에는 좋은 놀이상대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는지. 나는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놀이상대가 되어주고 있는지.
사족
이겼으나 공존에 실패하면 모두 같이 망한다.
이 게임의 법칙이 인류 - 지구 사이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인류은 짧은 시간 안에 지구에서 승자 - 지배종이 되었으나 지구의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는데는(함께 어울려 노는데) 실패하고 있다.
인류는 이기는데 급급해서 다른 종들과 공존하는데는 철저하게 실패했고, 이제 다 같이 망해하는 중이다. 인간들이 지구를 걱정해봐야 지구는 괜찮고 우리(인류)가 안 괜찮다는.
요즘은, 어디까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인지, 넓게 이해하는 게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된 세상이 된 것 같다. 내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내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더 넓게, 더 길게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아주 먼 시간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아주 먼 시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중요하지만 사소한 결정들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사족의 사족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을까 싶지만, 전지전응한 신을 믿는 종교를 명분삼아 전쟁도 하는 걸 보면, 인간은 편가르고 싸워 이기는 데 진심인 거 같다.
이제 좀 적당히 하면 좋겠다 싶은데, 어렵겠지(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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