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일기 비슷한 거

기차타고 이동 중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4. 9. 5. 19:53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가는 길이다.
올해엔 기차를 꽤 자주 탔다. 지방 출장은 거의 기차로 다니고 있다.

지난 번엔,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타고 엄마네 집에 다녀왔다.

엄마네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황당한 일이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일행이 네 명이었고, 그 중 어린이가 둘 외국인 한 명과 동행이라 티케팅과 인솔 모두 내 담당이었다.

전 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열차가 1시간 가까이 연착했고, 어린이 일행과 함께 지루한 시간을 오래오래 기다린 후 서울행 KTX에 탔다.

근데 우리가 앉아야 할 좌석 한 곳에 젊은 여자분이 앉아 있는. 외국인 손님과 동행했던 길이라, 특실을 예약했는데, 입석을 특실에서?

“여기 자리 있습니다. 비워주세요.”

“이거 제 자린데요?”

아이들은 비어있는 자리에 짐을 내리고 어정쩡하게 앉았고, 나와 외국인 손님은 서서 그 여자분이 비키기를 바라면서, 그 자리가 우리 자리임을 어필하고 있었다.

“여기(열차표) 봐요. 이 자리는 우리 자리 입니다”

그 여자분도 질 세라

“이거(열차표) 보세요. 제 자리라니까요?”

“어, 그거 ITX 표네요. 이 열차는 KTX에요”

“무슨 말이에요. 이거 ITX에요. 열차를 잘 못 타셨네요”

읭? 우리는 1시간이나 연착하긴 했지만, KTX를 맞게 탔는데. 녹색 계열 색감은 KTX 맞는데.

“어머, 이거 KTX 맞아요. 여기봐요 KTX라고 적혀있짆아요.”

그렇다. 그 열차는 KTX였다. ITX는 갈색과 보라색의 중간쯤 되는 색이 많다. 이건 녹색계열이고.

뭐 암튼, 그 여자분은 우리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그 다음 역에서 내렸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도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워낙 실수를 자주해서 남이 실수한 건데, 내가 실수한 걸 알아차렸을 때의 당황스럽고 난감한 기분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나는 분명 열차를 맞게 탔는데
잘못된 열차를 탄 그분과 실갱이를 했던 그 잠깐이 좀 기막힌데 웃겨서 기억에 남았다.

그냥 그분의 그날이 해피엔딩이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