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기질을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Feat. TCI)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0. 3. 4. 12:32

기질은 유전적인 소인이 크다는 점에서

 

1. (거의) 바뀌지 않는다.

2. 랜덤하게 배정(?)된다.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만약, 기질 및 성격검사(TCI)를 몇 년 시간차를 두고 재검사를 해봤을 때, 기질 부분이 바뀌어 있다면

 

이건 아마도 당사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서 검사 결과가 바뀐거라보 보는 게 맞을 거에요. 기질이 바뀐 게 아니라. 기질 부분이 때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는 건, 그러니까, 자기보고식 검사의 한계겠죠.

기질은 기본 개념 상,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만약, 아주 어릴 때 심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뼈 또는 피부가 광범위하게 손상되거나 전족처럼 인위적인 신체 훼손을 가하면 원래 커야할 만큼 키가 크지 못하거나 골격이나 피부 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이런 문제가 평생 유지되고 회복이 불가능한 것처럼, 기질도 손상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상으로 인한 신체적인 피해가 영구한 손상을 남기는 것처럼, 손상된 기질도 원상태로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서 기질이 손상된 경우, 치료가 아니라 재활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치, 감각기관이나 사지가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보완책(안경이나 보청기, 의족이나 의수)을 잘 쓸 수 있도록 재활훈련을 하는 것처럼, 심리재활을 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을 거에요.

참고로, 심리재활은 실제로 존재하는 심리치료 방식입니다. 주로 PTSD나 BPD 치료기법으로 특화된.

 

그리고, 기질이 랜덤하게 배정된다는 게 어떤 뜻이냐면,

내가 어떤 기질을 타고 났건,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유전적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내가 이 기질을 물려받을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노력한 누군가가 아무도 없다는 거.
그냥 이렇게 타고 난 거. 우연히 벌어진 일.


기질과 관련된 특성 중에 어떤 것들이 있냐면

다른 사람들의 표정에 유독 민감하고, 눈치 보는 거.


정말 싫어하는 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시키면 마지못해 하는 거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딱히 좋아하지 않고 호응해주지 않으면 금세 마음이 식어버리는 거

다 기질과 관련된 특성입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키워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거에요.

 

금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이렇게 빠지면 한 번에 마음을 다 줘버리는 것도 기질과 관계가 높아요.


게임을 하든 뭘 하든, 뭐든 시작하면 순위권 안에 들어갈라고 하고, 밤을 새고 뭘하고 끝장을 봐야 하는 사람들 있죠? 이것도 기질 따라 가는 거더라고요.


그리고 소진이 빠른 사람들이 있어요. 뭘 하든 잘 지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오기를 부리기 보다 금세 포기해버리는 사람들. 이거 의지 문제 아니고, 기질 중에 이런 기질도 있더라고요.

뭐 하나 새로 시작하려면,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고 마음을 여러 번 다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것도 기질에 포함돼 있더라고요.


체력이 다 떨어지면, 이불 밖으로 못나오는 사람도 있고
체력이 떨어지면, 본인의 컨디션을 탓하면서 울면서 쉬지도 못하고 계속 할 일 하는 것도... 기질 따라가는 거고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 분 중에, 이런 특성이 있다면, 이건 여러분의 의지나 습관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질과 관련되었을 수 있어요.

기질이라는 거요, 이렇게 만들어져 온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날 때 이렇게 만들어져서 나온 거라는 거죠.

기질이 그런 거에요.

 

진짜 웃긴 게, 시험공부 벼락치기 하는 것도 기질과 관련이 매우 높은 행동 특성입니다.

남의 말 잘 안 듣고, 기어코 똥인지 된장인지 자기가 직접 먹어봐야 하는 사람들 있지요? 이것도 기질과 관련이 높은 특성이에요.


얼리 어답터... 이건 뭐, 돈이 좀 따라줘야 하지만, 이것도 기질과 관련이 높은 취미(?)고

세뱃돈을 받으면, 그 날로 다 써버리는 사람 있죠? 이 분들, 다 기질 따라 행동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별게 다 기질이죠?

 

그리고,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일처리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충대충 해버리는 사람도 있죠. 이런 생활습관도 기질과 관련이 높습니다.

 

정말 한시도 가만이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도 기질 따라 행동하는 거고요


어떤 일이 벌어지든 천하태평 스트레스 안 받는 것도 기질과 관련이 높은 마음가짐 입니다.

 

과거엔, 이런 개인적인 특성들이 마치 가정 교육이나 개인의 의지, 또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와 관련이 높다고 여겨기지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질의 중요성이 좀 더 강조되는 요즘엔, 이런 많은 부분이 기질로 이해되는 분위기 입니다.

 

개인의 성격이나 정서 문제와 관련해서 '기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난 이후,

부모-자녀 관계에서, 양육자의 '잘못' 에 대해 덜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뭐, 그렇잖아요. 개인이 기질과 관련해서, 주 양육자가 잘 못한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부모교육 할 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여러분이 어떤 노력을 해도  그냥 자기 클 대로 커요.

그냥 건전한 습관을 많이 만들어 주려고 하세요.

다만, 학대는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