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상담의 목표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7. 5. 23. 16:25

상담 처음 받을 때,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성격은 바꾸는 게 아니라, ‘성장 시키는 것입니다. 상담으로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성장(발전)’ 하면 더 좋겠죠? 그리고, 성격 중에 딱히 못마땅하고 바꾸고 싶은 점이 있으면, 이까짓 단점 쯤 있어도 괜찮을만한(커버할 만한) 다른 생각이나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그래서 성격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상담을 받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상담의 목표입니다.

 

어떻게?

 

약점’, ‘결점’, ‘실수’, ‘부정적인 면’, ‘나약한 면’, ‘허물’, ‘하자’, ‘상처’, ‘’, ‘아픔’, ‘문제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게 편한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못견디게 불편하고 싫으면, 또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이런 나쁜 것들 때문에 내 마음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어쩌다 보면 상담도 받게 되고 그러겠죠.

 

상담의 목표는, 이런 나쁜 것들을 마음에서 없애거나 줄이거나 완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것, 까짓 꺼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는 걸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으로 자신이 가진 허물을, 약점을, 상처를 고치거나 완화하거나 줄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왜냐하면,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런 거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는 걸 경험으로,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체험으로 알게 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저 결점이나 허물이 많아도 내가 어쩔 수 없고, 그것에 대해 내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자체가 고나리질이나 뒷담화에 불과할 뿐이니, 상처 많고 결점 많은 서로가 부둥부둥 위안하고 살아야 그나마 살만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는 거죠.

 

이런 약점과 문제점, 결점, 상처들을 가진 채로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 내온 를 좀 예뻐해 주면 좋겠죠? 무수히 많은 약점과 부족한 점이 있고,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되새기면서.

 

근데, 사실 상담이 진짜 좋은 건, 나를 괴롭힌 사람 뒷담화도 까고 고나리질도 실컷 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해도 괜찮거든요. 뒷담화 실컷 까도 상담자가 열심히 들어주고, 심지어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고 나에 대해 알아주고 분석도 해주고. 상담하는 시간만큼 오롯이 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주고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시간이 또 언제 있겠어요.

 

이런 글을 읽고 나서도, ‘그래도 나는 내가 못 마땅하고, 내 주변사람들도 밉고 원망스러워요하는 분들은, 뒷담화를 덜까서 그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