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덟시 즈음, 피곤하고 졸려서 애들이랑 놀다가 애들 방 이불에서 잠깐 졸았다.
아들이 붕붕카를 타고 이불 위로 돌진해서, 자고 있는 내 머리를 붕붕카 바퀴로 들이받았다.
그리 세게 받은 건 아니지만, 일단 자다가 봉변 당한 처지라 깜짝 놀랐고 아프기도 했다.
"아, 깜짝이야. 그러지 마, 엄마 아프다"
잠결에 놀라서 비몽사몽 중얼거렸다.
이제 겨우 만 두돌 되는 아들, 신난다고 끼끼 웃는다. 엄마랑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실에서 딸내미와 놀고 있던 애기들 아빠가 놀라서 버럭 소리 질렀다.
"야! 엄마 자는데 아프게 하면 안 돼!"
아들이 엉엉 운다. 생각보다 오래 운다. 딴에는 엄마랑 같이 놀자고 한 거 같은데, 혼나는 게 당황스럽고 서러웠나 보다.
아빠가, 파인애플 먹자고 아이들을 불렀다. 아들이 울음을 그쳤다. 거실로 나가려고 몸을 돌린다.
문득, 나를 바라보는데 붉게 상기된 얼굴이 뭔가 곤란해 하는 표정이다.
갑자기 "엄마, 미안."
난 순간 당황했는데, 이 녀석이
"엄마 아프다."
라고 서툰 말로,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한다.
그 표정이 참... 동그란 눈, 서툰 말, 정말정말 미안해 하는 표정과 진심어린 사과.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건, 오히려 나였다. 뭔가, 이 쪼그만 놈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 같은 감동이랄까.
지금도 아이의 표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녀석, 언제 이렇게 컸는지. 참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랐구나. 너무 고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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