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은, 그 꿈을 꾸는 동안에도 깨고 나서도 찝찝하고 복잡한 감정이 생생하다.
며칠 전에 꾸었던 꿈의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다. 꿈이니까, 뭐 당연히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결혼 몇 주년을 맞이 해서, 파티를 연다. 여러 지인들을 초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왁자하게 모여 저녁을 같이 먹는다. 부부의 결혼 몇 주년 기념 파티니까 부부가 주인공인데 남편이 없다. 야근이다. 남편의 친구들도 초대한 거 같은데, 온다고 하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내쪽의 친구와 친지만 머쓱하게 끼리끼리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
아내는 너무 민망하고 미안하고 창피하고 화가 난 상태다. 자기와 비슷하게 아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한 명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영양가 없는 하소연을 각자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언제 오려나, 남편의 친구들은 오긴 오려나. 기다리면서.
남편은 끝내 연락도 없고 더 이상 오는 사람은 없다. 식사를 마친 손님은 인사도 없이 하나 둘 떠나, 썰렁하다. 빈접시와 남은 음식으로 식탁들은 지저분 하다. 손님들은, 술을 마시면서 한 친구와 떠들고 있는 호스트(아내)에게 인사도 없이 그냥 가 가버렸고, 아내가 그런 파티장을 둘러보러 간 사이, 이야기를 나누던 그 친구도 사라졌다.
꿈은,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기능이 있다던가. 복잡한 감정을 명료화해준다고 했던가.. 그래, 맞아, 나 그 원망하는 감정 아직 남아 있어. 근데 죄책감이랑 민망한 감정도 있어. 그게 근데 언제적 감정인데… 아직도 해소가 안 되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건 아닐테고, 요즘 내가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데 내가 뭘 모르는 건가? 아니야.. 아닐 거야. 내 감정이 정리되고 차분해져서, 지금 하는 일에 더 잘 집중하기를 바라는 내가 있는 거겠지. 그래, 내 안에, 내가 삶에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궂은 일 해주는 내가 있는 거겠지.
그러나… 꿈에서 본 이미지는 어렴풋 해도 감정은 어찌나 생생했던지.. 아직도 그 찝찝함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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