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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할 수 있는/형식 없는 감상평

[음반]이소라 6집, 눈썹달 ★★★★★



눈썹달

아티스트
이소라
타이틀곡
바람이 분다
발매
2004.12.10
앨범듣기



이소라의 답답한 콧소리가, 발음을 알아듣기 힘든 발성이, 우울한 가사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우울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절절하게 음악으로 승화할 수 있는 여가수도 별로 없을 것 같네요.

정말, 목소리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악기임을 절감하게 해주는 그녀의 노래입니다.


특히 6집 눈썹달은 그녀의 우울이 절정을 이룹니다. -


그녀가 우울한 시기에 울면서 곡을 쓰고 노래를 했을 그 모습이 선연합니다.

연애할 때, 이 음반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배게 많이 적셨던 기억이 나네요.

이 6집 눈썹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는 트랙 3, 바람이 분다 입니다.

(나는 가수다를 시작하는 노래이기도 해서, 요즘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좋아하게 됐네요.)


아마 이 노래는 많이 들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이별을 훌훌털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다는 가사로 마무리 하는데,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뤄진다.".. 캬~ 어떻게 이런 가사에, 그런 멜로디로 부를 수 있는지.


제가 이 앨범을 처음 접하고 듣자마자 눈물을 쏟았던 곡이

트랙 1, Tears입니다.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써서... 정규앨범에 담을 수 있는지.. 그녀의 용기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좁고 어둔방 거울 속의 나, 그늘 진 얼굴 참 못생겼어.

이렇게 못나, 혼자 남아 아직도 너를 그리워해.

이렇게 나만, 서럽게 남아 반기지 않는 전화를 해.

화를 내도 그게 좋아. 나를 울려도 돼 그래.

너의 관심을 다 내게로 돌려줘.

아무말이라도 좋아. 나를 비웃어도 좋아.

너에게만 그래. 나의 그대.

동굴 같은 방 먼지 같은 나,

거울 속의 나 참 못생겼어.


이렇게 비참하고 절절한 가사를... 울듯이 노래합니다.


애인과 작별한 과거가 있거나, 힘든 시기를 겪어봤던 비참함을 겪어봤던 여자라면.... 궁상맞아서 듣기 싫다고 노래를 꺼버리지만 않는다면, 이 노래가 아주 인상적일 거에요.

이전의 이소라도 슬펐지만, 이렇게 처량하고 초라하진 않았거든요.


트랙 4. 이제그만 이라는 노래도 심금을 울립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이 노래를 듣는데

영원히 나를 사랑한다고 그 때는 그대 내게 왜 그랬나요.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까지도 그대와 만나게 된 걸 후회해요.

시간이 지나도 이러고 있는 나에요. 나 말고 그대를 탓하고 있죠.

미안해요.

사랑이란 게 다 이런가요. 잊었다 생각하면 더 생각나요.

좋아했다면 우리 사랑했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길 바래요.

라는 부분을 듣다가, 울컥했어요. 이 가사와, 멜로디와, 이소라의 음색이 절묘합니다.


유난히 고음으로 부르는 데, 그.... 흐느끼는 것 같은 음, 노래.


그리고...

트랙 7. 쓸쓸을 들으면,

"얼굴도 없는 그대, 너무 그리워. 너무 그리워"

라고 절규하듯 노래합니다.

어떻게 얼굴도 없는 그대가 그립다고... 저런 마음을.. 노래할 수 있는지... 그녀의 감수성에 다시 한 번 고마음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트랙 12.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가사...와 대사가 정말 압권이에요.

남친이 자신을 무시하고 연락을 잘 받아주지 않아 힘들다고, 친한 친구에게 밤에 전화해서 위로받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읇조리듯... 노래해듯.. 친구와의 통화 내용이 대사 형식으로 주고받아요.


"전화 늦게해서 미안한데, 좀 일어나봐. 나 요즘 힘들어서 많이 울어"라고 전화를 합니다.

"거기 어디니. 지금갈까? 그 애랑 헤어져."라고 친구는 걱정스럽게 답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거 알잖아. 더 잘해달라면, 그럴 꺼야."

너무 사실적이고 일상적이라..... 차마 피하고 싶은 대화.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에 빠져들어요. 저도 모르게 대화를 엿듣들이 노래를 듣고 있죠.



6집의 노래들은 버릴 게 없이 정말 좋은 노래들로 꽉꽉 차 있습니다.


2008년인가? 네이버에서 대한민국 명반 100선을 뽑았는데,

그 중에 들어있기도 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혹, 이소라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고 싶을 때 한 번 들어보십시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