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 정보
- KBS2 | 월 23시 05분 | 2010-11-13 ~
- 출연
- 컬투, 신동엽, 이영자
- 소개
- 시청자의 고민을 소개하고 사연의 주인공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 프로그램이다.
[안녕하세요]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15분부터 12시 30분 까지
이 방송은 이렇다. 정찬우, 김태균, 신동엽, 이영자 네 명의 MC가 각각 시청자의 고민을 한 개씩 소개하면, 150명의 방청객 중 몇명이나 고민에 동의하는지 투표를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고민이 1등을 하는데, 1등한 고민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고민이 나올 때까지 연승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마치 라디오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방식이 TV로 옮겨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처음에 [안녕하세요]를 봤을 땐, 뭐 저런.... 사람이 있나... 미쳤나보다.. 또라인가보다 왜 저런 고민을 들고 굳이 방송에 나오나 차라리 병원에 가지... 상담을 받던가... 뭐 이런 불평을 했다.
참, 이렇게 욕할거면 안 보면 그만인데, 이 방송이 묘하게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이었나?
월요일에 찾아오는 잔재미로 이 방송을 대체로 빼먹지 않고 보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치료든 상담이든 전문가를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띄긴 했다.
그러다가도 언듯언듯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그냥 저대로 자기도 주변사람들도 약간 씩 불편한 정도로 잘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러다, 처제들에게 지나치게 스킨십을 하는 형부 이야기가 방송을 탄후로 [안녕하세요]가 비판을 많이 받을 때가 있었다. 예능에 적합하지 않은 주제였다는 혹평과 함께 방송 자체에 대한 성토가 일었었다.
이 즈음, 방송 관계자가 이 방송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관계자가 설명하길,
방송으로 채택되는 사연들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가 핵심이니, 이 방송이 소통을 도와주는 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방송에 나와서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사람과 소원하거나 서먹한, 갈등적인 관계가 풀어진다면 가치있을 거라고.
이렇게 참신할 데가!
그렇다. 이 방송을 보고 있으면
사연을 들고 나온 사람과 사연 속 고민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게 핵심인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치료가 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행동이나 문제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된다면 그 들끼리 더불어 사는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라도 갈등이 조정될 수 있는 경우라면, 심각한 갈등에 처한 관계라고 해도 굳이 고비용과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해서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되겠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열심히 공부하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 집단이 굳이 필요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온 참여자들의 소통방식을 보고 있자면, 마음을 다루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더 진하게 든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공부해오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이야기만 할 뿐 도통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질 않는다. 애초에 대화라는 게 어떤건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래놓고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답답해 한다. 물론 개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송을 보고 있자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MC뿐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상담이든 심리치료든, 마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러온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애쓴다. 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대화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에겐 짧은 시간일지라도 이런 '대화'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한다.
그러니, 수련생도 초보 전문가라고 해도,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의 대화에 동참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시간엔 의미가 있다. 굳이 상대방의 내면을 분석하고 감정을 짚어주지 않더라도.
그냥 잘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상담의 진리를... 이 방송을 보면 새삼스럽지만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사실, 이 방송이 아니라고 해도
주변에서 이뤄지는 주변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만, 들어주는 건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꺼리를 찾나 싶을 때도 있으니까.
일상에서의 대화가 줄곧 이런 식이라면, 자기 이야기를 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실컷 말하고 나도 왠지 공허하고 야속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진짜로 지치고 힘들어서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길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래, 그러니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겠다 싶다. 진짜 대화를 해주는 마음 전문가.
그러니까... 전문가랍시고 자꾸 분석하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것 보단, 힘 빼고 긴장풀고 잘 들어주기만 해도 되겠지. 전문가를 찾아오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차적으로 결핍된 건 들어주는 사람일테니.
이런 생각들을 시작하고 계속 집중해서 고민하는 데 크게 일조한 [안녕하세요]가 참 좋다.
안녕하세요 관련 기사에, 미쳤다든가 병원으로 가라든가... 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려서...
이 방송을 참 좋아하는 전문가로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방송을 같이 보고 이러저러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나온 사람들의 symptom을 잘 관찰해서 토론해보게 된다면... 실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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