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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써서 걱정이신 부모님들께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0. 6. 20. 17:42

자녀가 
스마트폰에 중독이 된건지
또는 스마트폰에 너무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혹시 자녀가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하는지

스마트폰 말고는 딱히 더 재밌는 게 없는 건 아닌지

이걸 구분하셔야 문제행동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인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엔 행동 교정이 더 어렵긴 할 거예요)

의외로, 스마트폰 말고 딱히 할 게 없어서 스마트폰에 빠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밖에 나가 놀려고 하면

"위험해. 나가지 마"

이런 말을 듣고

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면

"시끄러, 그거 하지 마."
"하고 나면 정리 좀 해."

이런 말을 듣는데, 스마트폰은

"빨리 꺼."

이거 말곤 잔소리가 없을 수도 있죠.


그리고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알아서 적당히 하고
숙제, 알아서 하고
자기 공부, 알아서 하고
집안 정돈, 알아서 하길

바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는, 부모가 별달리 애쓰지 않고, 몇 마디 말만 하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녀가 알아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사실,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많은 부모는 일상에 너무 지쳐 있어서, 아이들이 알아서 제대로된 행동을 하길 바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서
한껏 지친 와중에, 추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자체가

부담스럽고

때로는 부당하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고, 그래요.

어려운 상황이죠.

하지만, 부모님이 너무 지쳐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쓴다고 해도 

스마트폰에 아주 빠졌구나
너는 애가 왜그러냐고
조절이 안 돼?

이런 식으로 몰아가진 말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스마트폰 말고 

뭘 좋아하는지
뭘 재밌어하는지
뭘 할 때 몰입을 했는지

알고 있다면, 그걸 더 하게 해주세요

아이가 스마트폰 할 때와 안 할 때, 부모인 나는 뭐라고 피드백을 해줬는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 제한하면, 해피엔딩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기만 하면

몰래하고
몰래하는 재미...는 길티 플레져가 돼서

오히려 더 중독되기도 하고
자기-부적절감이 커지고
부모에 대한 반감도 커지죠.

스마트 폰 그만해

유투브 그만  봐.

게임 언제까지 계속 할거야.

빨리 꺼

이런 피드백 보다는

이제 밥 먹자


청소 같이 하자


씻자


나가자


같이 놀자

이런 식으로 꼬셔쥬세요. 

부모님 사정이나, 컨티션, 성향 상, 내 아이는 손이 안 가는 아이이길 바랄 수 있어요.

내가 신경을 좀 덜 써도, 괜찮은 그런 아이.

그리고는 내가 뭐 엄친딸 엄친아를 바라는 건 아니니까
내가 부모로서 뭘 그리 많이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이 별로 안 가고
별 문제 없이 잘 크는 줄 알았던 아이가

갑자기 죽고 싶다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

한다면서, 너무 놀라 아이와 함께 상담소를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생각보다 많아요)

손이 안 가는 아이라고
딱히 괜찮지 않을 수 있어요.

 

 

일을 하고 복잡한 관계를 감당하는 와중에 자녀 양육-교육-훈육까지 하는 건 아주 어렵고 고된 일 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녀가 사랑스럽고 예쁘고 신경이 쓰이지만, 사실, 관심을 덜 기울이더라도 별 문제 없이 잘 커주길 바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신경을 계속 써야 한다는 거겠죠. 이렇게 사랑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도 아이의 문제행동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면, 같이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산책을 가고, 같이 즐겁고 건강해 질 수 있는 활동을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