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찻집에 비스듬히 앉아
메뉴판을 집어 나에게 건네던
어떤 걸로 할까
아무거나 좋아. 난 잘 모르니까, 너와 같은 걸로.
익숙한 자리에 익숙한 음료는 다 그대로지만
사실은 우리 헤어지던 날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한참을 기다려
그대와 나 사이에 커피잔이 놓여, 이제야 따듯해.
난, 잘 모르겠어. 니가 하는 말들.
왜 그리 차가워.
난 좀 놀랬어.
나는 바보같이 손을 내젓다가 커피잔을 쏟아 주변을 적시고
늘 같은 실수에 늘 같은 종업원
다 그대로지만
사실은 우리 헤어지던 날.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대와 나
나는 바보같아.
요즘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싸해지면서 슬퍼진다.
"어떤 걸로 할까."
"난 잘모르니까, 너랑 같은 거."
이런 가사는 너무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라, 감정이 아주 잘 이입된다.
그리고 내가 겪었던, 상황이랑 놀랍도록 비슷해서
왠지, 뜨끔하다.
그리고
'그대와 나 사이에 커피잔이 놓여, 이제야 따듯해.', '왜 그리 차가워.'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상황이 그려지면서
두 남녀의 섬세한 표정까지 상상이 된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남자와
차가운 표정으로 복잡한 감정을 감춘 여자
이 둘 사이를 가르는, 유일한 커피의 온기
마치 내가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된 거 같은 느낌까지 든다고나 할까..
그래서 슬프다. 아주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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