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기 전까지 먹는 거 안 먹는 게 뚜렷했던 것 같다.
비계는 안 먹었다. 삼겹살을 싫어했던 것 같다. - 비계를 골라내기 어려워서.
그냥 수육에서 살만 먹었다.
날생선도 안 먹었다. 큰고모부가 지방 역전에서 꽤 오래 초밥집을 운영하셨는데, 그 초밥집에서도 날생선을 안먹으니 유부초밥이랑 우동만 먹었으니까. 이걸 나이 먹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랬다. 초밥과 회는 맛은 어른이 되고도 꽤 있다가 알았다.
선지국도 아주 어릴 때는 잘 먹었는데, 그게 뭔지 알고 난 뒤부터는 안 먹었다.
지금은 선지국도 순대국도 다 잘 먹는다.
그래도 젓갈은 좋아했는데, 명란젓은 고 3 때 - 비싼 거라고 - 고 3이니까... 아껴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키는 대로 먹었다고 해야 하나?
아주 먼 과거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젓갈 중에서도 귀한 건데, 고 3 이니까 내가 먹고 싶다고 하니, 냉장고에 자주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명란젓은 왠지 좀 대접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음식이다.
그냥 좀 그런 아련한 느낌이 있다. 따듯한 관심 같은. - 기억이 갸물갸물하니 추억까지는 아니고, 그냥, 다정함이 느껴지는 귀한 반찬.
결혼하고 나서, 신혼 때였던 거 같은데, 언니가 명란젓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언니가 내 생각하고 선물해준 명란젓이였다.
아까워서, 조금 씩 아껴서 먹으려고 했는데
당시, 같이 사는 다른 식구가, 내가 없는 동안 명란젓을 뭉텅 (거의 다) 드셨다.
그게, 어찌나 서글프고 서럽던지. 어르신이 드신 거라 뭐라 말도 못하고, 눈물이 줄줄 났다.
그 모습을 보고, '그게 그렇게 아까워? 먹고 싶으면 사 먹어' 라는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그 말도 야속했다.
그래, 사먹으면 되는 거 알지. 그거 뭐, 몇 푼이나 한다고.
그래도, 그 명란젓이 나한테는 되게 애틋했단 말이야. 지금 생각해도 속상해서 눈물이 날만큼.
그러게, 그놈의 명란젓이 뭐라고.
요즘은 바게트에도 넣어 먹고 스파게티에도 막 넣어 먹는데.
냉장고에 있는 흔한 명란젓, 참기름에 비벼서 먹어야지. 나는 명란마요보다 참기름 명란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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