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 결과를 해석상담하는 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선 해석상담을 편안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사 면담 때, 수검자 당사자의 검사 의뢰사유를 명확하게 파악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아동 청소년이라면, 보호자와 해석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으니, 이런 경우는 보호자의 검사 의뢰사유도 파악을 해두셔야 합니다.
참고로, 심리상담소 방문사유와 심리검사 의뢰사유는 같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상담소 방문사유가 "너무 우울해서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인 경우
초기 면담을 통해, '우울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탐색하고 치료를 위해' 심리검사를 '초기 면담자'가 의뢰하면,
상담소 방문 사유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지만,
심리검사 의뢰사유는 초기 면담자가 주요한 의뢰인이 됩니다.
이런 경우, 내담자는 수검자로서 검사 동기가 높지 않기도 합니다.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검사를 권유받은 거니까요.
그래서, 검사자는 심리검사 자체에 대해서 수검자에게 소개를 해주고, 심리검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점이 특히 알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으로, 수검자의 심리검사 의뢰사유를 거의 만들다시피 해야 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치료자 또는 상담자는 검사 보고서를 읽으면 알아서 치료 또는 상담에 참고를 하는데요
애초에 초기 면담을 했던 검사 의뢰 사유에 있어서, 수검자 당사자의 의사는 크게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면담자나 상담자의 의뢰에만 맞춰서 검사를 진행하면 치료를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쓰게 되니, 치료나 상담을 수행하는 상담자가 아닌, 수검자에게는 심리검사 결과 보고서가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거에요.
수검자 당사자의 '심리검사 의뢰사유'를 확인할 때, "이번에 우리가 진행하는 심리검사를 통해서는 (1) 현재 스트레스 정도와 이걸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2) 주로 경험하는 감정이나 다루는 방법 (3) 성격이 남들과 얼마나 다르고 비슷한지 (4) 대인관계 양상이나 만족도 등을 알아볼 수 있다"는 식으로 소개를 해줍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유독 더 알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세요. 또는 다 궁금해서 잘 못고르겠다고 하면, 우선순위를 매겨달라고 요청해보세요^^ 만약 그래도 순서를 못정하겠다고 하면, 일단 다 알아봐드리겠다고 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주관식보다는 객관식이 훨씬 쉽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렇게 확인한 수검자의 심리검사 의뢰사유도, 심리평가 보고서 의뢰사유 부분에 간략하게 정리해 주세요.
'수검자도 해당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고도 하여, ~ 검사를 시행하였다' 하는 식으로요.
임상심리사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평가를 하는 자신도, 평가를 받는 대상자도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마도, 해석상담의 어려움은 이런 맥락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해석상담을 배우지 못해서, 해석상담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을 진짜 많이 보는데요
해석상담이, 검사 결과를 해석해주는 시간인 건 맞지만
해석 '상담'이니까, 상담이 맞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수검자와 보호자가, 검사를 통해 알고 싶어 하는 것, 그러니까 해석상담 때 듣고 싶어하는 내용은
평가 항목도 아니고
검사자가 알아 맞춰 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수검자와 보호자에게 대놓고 물어보고 확인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석상담 당일엔, 수검자의 심리평가 의뢰사유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거에요. "이번에 진행한 검사 결과가 나왔고, 그 때 궁금해 했던 내용이 이런 부분이었다. 지금도 그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 들으시기를 원하시냐. 그러면 그 부분부터 시작하겠다."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심리검사 해석상담을 할 때, 심리평가 보고서를 수검자에게 먼저 읽어보시라고 하고 해석상담을 시작하시면 해석상담 시간을 쉽게 시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보고서에 대한 소감이나 궁금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해석상담을 진행합니다.
검사 면담에서 수검자의 의뢰사유를 충분히 확인하면, 보고서 자체가 방향이 그쪽으로도 잡히기 때문에
심리평가 보고서를 읽는 것 만으로도, 수검자와 보호자는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서 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보다 자세한 '상담'은 수검자 또는 보호자가 심리평가 보고서를 읽어보신 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간혹, 수검자에게 보고서를 직접 읽게 해도 되는지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만약 심리평가 보고서를 수검자(또는 보호자)가 읽어서 위험할 것 같다면,
수검자(보호자)가 읽어도 되는 보고서를 따로 써주세요.
치료자용 보고서(또는 기관 보관용 보고서)와 수검자 용 보고서를 따로 쓴다는 게 수고스럽겠게 느껴질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품이 더 들어가는 것 같아도 더 수월한 면이 있기도 합니다.
한 개의 보고서를 쓰는데, 치료자를 고려하는 동시에 수검자 또는 보호자 눈치까지 봐가면서 보고서를 쓰다보면
말을 자꾸 골라야 해서, 진도가 더 안 나가거든요.
참고로, 심리평가 보고서를
일종의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보면, 심리평가 보고서 방향을 잡을 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Q) 내가 본 게 맞는지 궁금해, 내가 제대로 본 건지 알려줘.
A) 어, 그게 궁금하구나. 검사 결과 보니까, 니가 본 게 맞는 거 같다, 야.
이런 정도의 대화로요.
지금 드린 해석상담 팁이, 해석상담이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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