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지식/임상, 상담 심리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감정수용 < 행동조절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23. 1. 3. 12:21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너무 많이 수용하는 게,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부분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과도한 감정 수용 자체보다는 좌절 수용과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행동통제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문과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변증법은 상당히 효과적인 설명과 관측을 도와준다.

아동의 감정에 대한 몰이해 및 불수용이 먼저 있었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아동의 감정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지금은 과수용이 또 문제가 된다고 하니, 정(감정 몰이해) + 반(감정 과다수용) => 합(적당히) 흐름이 보이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시행착오가 있다.
우리는 '더 적합한 양육'으로 향해가는 시행착오를,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욕구를 실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욕구 좌절을 수용하는 것이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렇게 배웠고, 마음은 수용하고 행동은 통제하는 대 원칙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했다.

현실은 개인의 욕구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의 욕구를 실현해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욕구를 실현해줘야 할 당연한 이유 같은 건 없다. 생각과 마음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말과 행동과 태도는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현실에는 타인이 있다. 욕구가 포함되어 있는 마음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말과 행동과 태도는 타인이 포함된 현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말과 행동과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어린 사람이 말과 행동과 태도로 현실에서 조심하도록, 적어도 선을 넘지 않도록 계속해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욕구좌절에서 오는 속상한 마음은 수용해줄 수는 있다. 욕구와 욕구 좌절을 수용한다는 게 행동을 허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욕구와 욕구 좌절을 수용하는 것과 행동은 허락되지 않는 다는 것, 이걸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심리사로서 또는 더 어린 사람들을 대하는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의 욕구를 실현하게 도와주는 게 아니다. 욕구 좌절을 수용하고 현실에 맞게 말과 행동과 태도를 조절하게 도와야 한다.

마음은 알아주고(받아주고) 행동을 통제(조절)한다는 건 이런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