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할 수 있는/형식 없는 감상평

[방송: 예능] 안녕하세요. 2013-03-25, 03-12

임상심리전문가 최효주 2013. 3. 26. 01:52

'안녕하세요'에, 잊을만 하면 나오는 주제 중 한 가지는


자녀의 문제행동 때문에 골치라는 어머니의 사연입니다.



몇 주 전에는, 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중학생인 딸이 과도하게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또는 코스프레 コスプレ)에 빠져 고민이라는 사연으로 출연했었습니다.


영어로 알바를 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고 본래 성적이 상위권으로 좋은 아이였는데, 점차 성적이 중위권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혼자 몰래 서울도 다녀오기도 하니 혹시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염려되고, 한 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어 감기에 자주 걸리고, 높은 굽의 구두를 장시간 신어서 무릎에 관절염이 와서, 걱정스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함께 방송에 출연한 딸은 이 날도 일본 사이버가수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중학생이라는 신분이 무색할 정도로 화장이 화려하고 능숙했고, 머리도, 옷도. - 이 일본 사이버가수를 알고 있던 연예인 게스트인 조권은 이 딸이 누굴 코스프레 한 건지 알아보긴 하더군요.



여기까지 보면, 어머니의 고민이 무엇인지 얼추 파악이 됩니다.


좀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딸이.... 공부를 해야 되는데 딴 일에 정신이 팔린 게 불만이라는 거지요.


이렇게 요약했던 근거는, 딸이 무슨 일 당할까봐 자꾸 감기에 걸려서,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관절이 위험하다는 내용보다 앞서, 영어와 성적 이야기가 우선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어머니에겐, 자녀의 성적이 가장 중요해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은 자신이  코스프레에 빠진 이유가, 어머니의 지나친 압박 때문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 이 항변 에 대해 어머니는 "내가 점을 봤는데, 얘가 공부를 잘 해 출세할 거니, 영어를 잘 하니까 외교관이 되야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


아, 점.


결국, 점으로 본 출세 + 영어 잘 함 => 외교관... 이었던 거네요.


어머니가 성적을 중시한다는 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점'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 딸은, 자신의 입장과 장래희망을 어머니에게 '영어'로 항변할 정도로 똑부러지고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코스프레가... 어머니에 대한 반항의 표현이자 적극적인 자기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딸은, 뭐가 돼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말 하긴 싫지만, 그 어머니 딸 하나는 잘 뒀네요. 헐~





그리고 오늘은, 술을 너무 자주 많이 마시는 딸이 고민이라는 어머니가 출연했습니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 딸은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술을 마셔 왔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딸은 일주일에 5회 정도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를 하고, 때로는 외박도 불사하니, 걱정이 되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일찍 들어오라고 하면, "어차피 집에서 잠만 자는데, 일찍 가서 뭐하냐."고 받아 친다고 하네요. 그러니, 차라리 딸이 늦게 귀가 하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해, 경각심을 갖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고 했던 딸과, 이제는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흠... 이 사연 듣자마자, 이 사연의 핵심은 딸이 말한 "어차피 집에서 잠만 자는데, 일찍 가서 뭐하냐." 와


엄마가 말한 "차라리 딸이 늦게 귀가 하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인 것 같았습니다.



우선, 요즘은 대학생들이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성인입니다.


그들에게 집이 잠만 자는 곳.. 이라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의 생활은, 특히 이제 갓 자신의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 새내기 성인은 집 밖에 함께 어울릴 사람들이 더 많지요.


아, 진짜.. 집에 일찍 들어가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결국 TV를 보거나 컴퓨터 할텐데.



그리고, 차라리 무슨 변이라도 당하는 게 나을 것 같다니요...

MC는 '오죽하면...'이라고 감싸 줬지만


이건, 거의 '악담' 수준... 아닙니까?


.......(고개 절래절래)


딸에게 마이크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 어머니에게 품었던 불만을 토로합니다.


언니는 엄마와 비슷한 성향으로, 언니와 차별한다. - 언니는 집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고 하는 모태쏠로라고 합니다.

술 마시고 진짜 힘들게 귀가하게 되어, 엄마에게 SOS 했는데, "그건 니 잘못이니 알아서 오라"고 거절당해, 택시타고 귀가했다.


고 2 때, 남자친구에게 엄마가 사주한 어떤 남자가 전화를 걸어 협박했다.


- 뜨헉!


뭐, 마지막 고 2때의 사건은 모녀 간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어머니가 딸의 연애에 대한 걱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한 건 맞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뭐, 어쨌든 딸은, 어머니의 이런 처리방식에 크게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이 모녀의 상황을 보면

어머니가 딸과의 거리가 생기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딸을 원망해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아주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어차피, 자녀는 부모의 품을 떠납니다. 그게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입니다.

딸이 어머니와 거리를 둔다고 해서, 어머니와의 모녀관계가 깨지진 않습니다.

미워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꼴 보기 싫을 수도 있고

.. 그렇다고 애정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자녀는 결국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도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서로 독립한다고 해도 관계가 끊어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밀착되어 있던, 심지어 융합되어 있던 관계에 선이 그어지는 섭섭함과 아쉬움, 공허감, 불안감은... 각자가 겪어야 할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