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역할의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의 차이
맞벌이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관찰을 하면서 생각하게 된 건데,
바깥일로 지쳐 집안 일에 치일 때 서로에게 미운 감정이 생기고, 싸움도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내의 불만과 서러움은, 똑 같이 맞벌이를 하는데도 남편보다 자신이 집안일을 더 해야 하는 데서 오고
남편의 억울함과 불만은, 자신은 자신이 봐왔던 자신의 아버지보다, 또는 다른 집 남편보다 집안 일을 특별히 더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더 많이 하는데도 아내의 불평과 요구를 계속 들어야 하는데서 오더라는.
이런 점에 대해 각자에게 설명을 해주면,
대부분의 아내분들은
남편이 집안 일에 대해서, 왜 자신의 아버지와 비교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더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의 남편은,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집 남편보다 딱히 더 집안 일을 더 하는 건 아니라고 딱 잘라 주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편분들은
집안일을 분담하는 점에 있어서,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은 남편'인 자신과 '집안 일에 익숙한 아내'가 어째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지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워 한다. (더 정확하게는 납득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다 머리로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마음은 그렇지 않다.
누구는,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집에 청소가 안 돼 있으면 왠지 미안한 마음으로 짜증을 내며 청소를 하고
누구는, 부모님 세대보단 나은 배우자라고 여기고 살면서도,
집이 더러우면, 왜 집안 일이 안 돼 있냐고 책망을 하더라는.
머리가 움직이는 속도와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가
참 다르다.